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 리뷰
0.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20여 년 전 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 판타지 장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시리즈이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이러한 시리즈의 중간작으로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굉장히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은 세 갈래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는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내면서 나아가는데, 작품은 병렬적으로 흘러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절대반지의 파괴’라는 대목표로 내내 이끌어간다.
2. ‘반지원정대’의 전투원을 담당하는 ‘아라곤(비고 모텐슨 분)’, ‘레골라스(올란도 블룸 분)’, ‘김리(존 라이스 데이비슨 분)’의 이야기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로한’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이후 ‘나팔산성 전투’에 참여해 처절한 전투와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3. 이와 다르게, ‘메리(도미닉 모나한 분)’와 ‘피핀(빌리 보이드 분)’의 이야기는 비교적 잔잔하게 진행된다. 판타지 세계관의 매력을 듬뿍 담은 ‘팡고른 숲’과 ‘아이센가드’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그들의 서사는 잔잔한 흐름 끝에 폭발하는 마무리를 통해 대자연의 힘을 판타지적인 매력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4. ‘절대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일라이저 우드 분)’와 ‘샘(숀 애스 분)’의 이야기는 심리적 긴장감이 가득하다. 마음을 지배하는 ‘절대반지’의 존재가 가장 큰 원인인데, 동시에 작 초반부에 등장하는 ‘스미골/골룸(앤디 서키스 분)’의 존재도 이러한 긴장감을 배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작중 내내 내면의 ‘선’을 보려는 ‘프로도’와 ‘악’의 가능성을 미리 통제하려는 ‘샘’의 성향 차이로 인해 더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작품에 심리적 긴장감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5.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의 이러한 세 개의 이야기는 모두 중간계의 변화가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립을 표하던 종족인 ‘요정'과 ‘엔트’의 참전에서 볼 수 있다. ‘요정’ 종족의 수장 ‘엘론드(휴고 위빙 분)’는 장고 끝에 참전을 결정하고, ‘엔트’는 숲을 파괴한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분)’에게 분노해 ‘아이센버그’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는 중립을 대표하는 두 종족이 편을 정함으로서 변화는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작품은 이러한 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말하는데, ‘나무수염(존 라이스 데이비슨 분)’이 ‘아이센가드’를 치기 직전 ‘죽으러 가는 기분’이라 언급하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6. 동시에, 작품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이들이 선을 택하는 부분을 통해 선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요정’ 세력이 결국 ‘나팔산성 전투’에 참전한다는 결정을 내린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작중 가장 중요한 소재인 '절대반지'를 옮기는 중책을 부여받은 ‘프로도’의 캐릭터성에서 다시 확인되는데, ‘스미골/골룸’의 선에 대한 믿음을 내내 보여준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프로도'가 작품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살펴볼 때, 이는 작품이 갖고 있는 '선'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7.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판타지 장르의 바이블로서 여전히 이를 뛰어넘는 동 장르의 영화가 없다고 평가받을 정도의 굉장한 시리즈이다. 그중에서도 본 작품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은 시리즈의 중간장임이라는 애매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가운데땅’의 ‘변화’라는 중대한 서사를 흥미롭게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로 끌어낸 굉장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