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불과 재(2025)> 리뷰
0.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서 <아바타: 불의 재>는 큰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다. 특히, 3D로 관람했을 때 느껴지는 몰입감이 굉장한데, 높은 디테일로 인해 마치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본 작품에서는 특히 ‘물’과 ‘불’ 등의 소재를 활용해 이러한 경험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다만, 평이한 서사로 인해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몰입감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본 작품의 서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경계에 놓인 이들의 고민과 결정’이다. 이러한 점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인물은 놀랍게도 빌런인 ‘쿼리치 대령(스티븐 분)’인데, 인간이 아닌 나비족의 몸을 가진 그가 점점 나비족에 동화되는 부분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전작에서 나비족이 보여주는 자연친화적인 면을 생각하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작품은 ‘에이와’를 증오하고 파괴와 약탈 행위를 업으로 삼는 ‘망콴족’을 등장시켜 이를 해결했다. ‘쿼리치’가 ‘망콴족’에게 점점 동화되는 장면들은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인데, ‘쿼리치’는 이를 통해 인간보다는 나비족에게 더욱 가까운 캐릭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2. 이와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고뇌를 겪는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쿼리치’의 아들인 ‘스파이더(잭 챔피언 분)’ 이다. 그는 아버지 ‘쿼리치’와 반대로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나비족의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이다. 전작부터 내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에이와’의 선택을 받아 인간의 몸임에도 ‘판도라’ 행성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그의 모습이 인간에게 분석되어 이용당하는 것을 경계하는 ‘제이크(샘 워딩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는 그를 나비족의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스파이더’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이러한 배척 속에서도 자신이 소속된 곳은 나비족임을 내내 명확하게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삶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생물학적 아버지 ‘쿼리치’와의 관계에서 고민을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작품은 ‘경계’에 놓인 이들이 어떠한 고뇌 속에 놓여있는지에 대해 전한다.
3. 결국, <아바타: 불과 재>는 변화 속에서 필연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이들의 성장담이다. 종족 전체의 위기에 맞서 편을 정하는 ‘툴쿤’, 모두를 지키려면 결국 피를 흘려야함을 각오하고 ‘토루크’에 다시 오르는 ‘제이크 설리’, 내면의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금 모두를 지키려고 결심하는 ‘네이티리’ 모두 각자의 선택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인 ‘로아크(브리튼 달튼 분)’의 경우에도 해당되는데, 초반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과 다르게 오롯이 모두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후반부 그의 모습 간의 차이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4. <아바타>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환경주의’이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문명의 발전을 거부하고 신석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나비족의 존재 자체 부터 이를 잘 보여준다. 작품은 이러한 자연이 누구의 편도 아님을 말하는데, 인간과 나비족 모두에게 죽음과 파괴를 전달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작품의 주 빌런 집단으로 등장하는 ‘망콴족’은 화산 폭발로 인해 터전과 부족원을 대부분 잃었던 경험과, 중반부 ‘파야칸’을 구하려하는 ‘로아크’를 헤치려는 해상 생물 ‘츠용’의 존재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후반부 최후의 전투에서 ‘츠용’들이 ‘RDA’를 공격하는 것은 자연을 상징하는 ‘에이와’가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닌 거대한 ‘파괴’에 맞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에이와’가 순수한 나비족이 아닌 인간의 나비족 아바타에서 태어난 ‘키리(시고니 위버 분)’에 응답하여 그들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RDA 측 해양생물학자가 RDA의 ‘툴쿤’에 대한 학살에 분노하여 ‘제이크’를 도와주는 점과 함께 작품이 가진 ‘환경주의’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5. <아바타: 불과 재>는 종합적으로 큰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다만, 이러한 점이 경험적 측면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러한 점만으로도 충분히 극장 관람을 할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3D 등 특수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