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Paris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필름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다 여행에 관한 주제가 나올 때 인생 도시가 어딘지 꼭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 도시는 지금껏 가본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도시를 말한다. 여행을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인생 도시는 왜 그곳인지, 그곳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왜 또 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파리는 내 인생 도시다. 형용할 수 없는 이유들이 많지만 굳이 문자로 표현하자면 아마 에펠탑과 미술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도시 자체가 압도적으로 예뻤다는 것. 갈 때마다 눈에 담기 바빴던 곳이었다.
파리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속 배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경험한 파리는 생각보다 예뻤고, 항상 아름다웠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땐 다른 도시 사진보다도 파리 사진을 꺼내게 된다. 가장 좋아했고, 시민으로서 살고 싶어했던 곳이었으니까. 그래서 2018년에 다녀온 필름을 꺼냈다.
2018년에 온 파리는 두 번째였다. 두 번째라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샤를드공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호스텔 앞에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면 내가 파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본 석양과 예쁜 노천 카페, 그곳에서 앉아 담배 피는 사람들, 근처에 있는 뤽상부르 공원까지.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었을 때였는데, 파리의 여름은 해가 길다는 걸 다시 느낀 날이었다.
사실 단 한번도 영화 <아멜리에>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 없다. 제대로 보기 위해 아껴둔 영화였다. 그런데 <아멜리에>에 생 마르탱 운하가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계획에 추가했다. 생 마르탱 운하까지 가는 길은 그동안 생각했고 경험했던 파리 그자체였다.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이 남긴 그림자와 파리의 건물,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이날 찍은 사진들을 정말 좋아한다. 파리의 색감과 햇빛이 담겨있어서.
'프로계획러 J와 말 잘 듣는 P'는 여행메이트로 좋은 조합이라는 짤을 봤다. 나는 J고, 같이 갔던 친구들은 말 잘 듣는 P였다. 그래서 아무도 파리 첫 여행으로 가지 않는 뷔트 쇼몽 공원을 두 번째 파리여행자인 나를 위해 친구들이 같이 가줬다.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던 곳은 맞지만 파리를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이 곳은 파리에 오래 머물 계획이 있거나 파리를 이미 가본 사람들에겐 꼭 추천하는 곳이다. 공원이 정말 크고 녹색의 예쁜 빛이 담긴 강이 매우 아름답다. 책 읽는 사람, 누워서 대화하는 사람,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공원은 이런 곳이라는 걸 가장 원초적으로 깨닫게 되는 곳. 현지인 여행 느낌으로 최적이다.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북쪽에 있는 건물'이라는 설명이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진 찍기에 좋고, 마음껏 쉬어갈 수 있는 곳. 튈르리 공원으로 바로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근처에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키츠네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파리에 거주한다면 파리가 처음인 친구들에게 꼭 가자고 하고 싶은 곳이다.
좋아했던 교양 중 프랑스어 수업 교수님은 에펠탑을 보기 위해 Trocadero역에 가라고 하셨다. 사실 샤요궁에서 본 에펠탑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서 Trocadero역에서 본 에펠탑은 그저 그랬지만. Trocadero역에서 지나갈 때 사람들이 엄청 많은 곳을 봤는데, 그곳이 Bir hakeim이었다. <인셉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여기서 보는 에펠탑은 엽서 그 자체다. 파리에 살면 자주 가고 싶은 곳.
서울 사람들이 남산 타워에 가지 않듯 파리 사람들도 에펠탑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파리 시민으로 살고 싶은 나도 에펠탑에 올라가고 싶진 않았지만 구스타브 에펠 동상 때문에 가게 됐다. 에펠탑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역시나 허전했다. 파리는 에펠탑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래도 에펠탑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있어 줄을 기다리며 그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다.
파리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명소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파리는 소소한 곳이다. 이게 나의 전반적인 여행스타일이기도 한데, 길을 걷다 발견하는 작은 화단과 뷔트 쇼몽 공원, 평범한 파리의 길거리, 자유로운 사람들, 작은 책방 같은 것들이 가슴 깊이 남는다.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내가 알던 파리와 직접 경험한 파리가 새로운 추억이 될 때 파리가 더 소중해진다. 다시 태어나면 꼭 파리 시민으로 태어나고 싶다. 루브르 박물관과 다른 미술관이 가까워 언제든 갈 수 있고, 어디든 멋진 명소가 있는 곳. 사람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곳. 언젠간 꼭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