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스플리트(Split)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필름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아드리아 해를 떠다니는 크로아티아의 모든 선박이 거쳐가는 도시이자 크로아티아의 중심 도시들 중 하나. 20만 명의 인구가 사는 곳이며 점박이 개로 유명한 달마시안의 본 고장, 스플리트.
그중에서도 여행자의 문구를 사로잡은 것은 '크로아티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였다. 이 문장이 나를 고민 없이 스플리트로 이끌었다. 도시의 매력은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가?'로 비롯될 수 있다. 현지인은 그 나라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곳이라면, 여행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스플리트는 도시의 여행자들도 여유가 넘친다. 바쁜 여행 일정보다는 느긋하게 걸어나와 눈앞에 보이는 카페에 앉아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인증샷을 찍어야만 하는 곳도 없고, 특별히 가야 하는 곳도, 숙제처럼 무언가를 해야 하는 곳도 없다.
스플리트의 중심에 있는 리바 거리는 사진을 찍고 난 장면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장소다. 리바 거리에 서면 큰 야자수가 길게 뻗어 있어 마치 결혼식의 신부 입장 시간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야자수들이 일렬로 줄을 선 모습과 카페테리아의 하얀 천막들이 조화를 이룬다.
이 아름다운 거리에는 카페테리아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야자수 밑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제각각 저마다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스플리트는 '꼭 가야 한다'는 말에 쫓기던 지난날의 여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하고 간편한 곳.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곳.
스플리트 곳곳마다 유적지 느낌이 가득하다.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늘 가이드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로마 유적 중 가장 잘 보존이 잘 된 탓일까. 스플리트 곳곳마다 로마네스트 양식 교회와 중세 요새, 15세기의 고딕 양식의 궁전,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궁전들을 볼 수 있다. 로마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인 만큼 건물들을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스플리트 곳곳마다 유적지 느낌이 가득하다
스플리트에 머문 시간은 비록 이틀뿐이었지만, 해변 3분 거리인 숙소에 살며 오랜 꿈인 '바다 근처 살기'를 경험했다. 언제든지 수영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과 "까르르"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 여름의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몸짓들을 기억한다.
각자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스플리트를 떠나기 싫게 만들었다. 해변은 이른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다가 아닐까. 입장료도, 준비물도 필요 없는 곳. 스플리트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 해변에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하루 종일 수영하고 석양을 보고, 달빛에 일렁이는 파도를 본 후 숙소로 돌아가는 하루를 말이다.
여름이 주는 활기찬 분위기와 바다의 색, 그리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