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네르하(Nerja)
내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는 지난 사진을 통해 다녀왔던 도시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입니다.
네르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인 말라가 주에 위치해있다. 2020년 기준 약 2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도시다. 유럽 대륙의 제일 밑쪽에 위치해 있어 지중해를 바라보는 전망이 아름다워 '유럽의 발코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럽의 발코니. 여섯 글자만으로 네르하를 여행 계획에 추가했고, 그렇게 스페인에 가게 됐다. 작은 도시 하나가 여행의 이유를 만들어준 셈.
그래서 네르하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여름 바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는 곳이다. 맑다 못해 투명할 정도인 바닷물과 작은 도시 특성상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정해져 있는 곳이라 어딜 가도 사람들이 모여 있다. 현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고, 그 사이사이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아주 작은 도시답게 가장 유명한 곳은 광장이다. 네르하의 어느 곳에 떨어져도 사람들을 따라 가면 이 광장이 나온다.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가다 보면 야자수로 만든 가로수길과 아름다운 지중해가 보이는 광장이 보일 것이다.
광장 옆에는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데, 굉장히 액자 같은 곳이었다. 돔 형식의 건물 사이로 비치는 바다 풍경이 이보다 이국적일 수 없었다.
조약돌에 그림을 그려 파는 소중한 동심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 네르하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Burriana 해변일 것이다. 꽤나 큰 바다 위 놀이터가 있고, 해변가에는 여러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해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귀여운 색감의 분홍색 콘도가 있다. 언젠가 꼭 묵어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서 석양을 바라본 기억이 가장 강렬하다. 파스텔 톤의 하늘과 바다색이었다.
스페인에서 왠 이탈리아라고 하겠냐만은... 네르하에 있는 동안 두 번이나 간 맛집이었다. 가격이 우선 정말 저렴했고, 맛도 좋았다.
여행 장소에 가서 들은 노래를 나중에 현실로 돌아와 다시 들었을 때, 여행 장소가 자동으로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네르하에서는 이적의 '빨래'가 그랬다. 사람들이 널어놓은 빨래를 매일 보고 다녀서 그랬나, 바다를 낀 석양을 바라보며 이 노래만 들었다. 그때 함께 본 풍경은 바다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뒷모습이었다.
약국에 들린 네르하의 아침. 하늘, 예쁜 집, 먼지는 꼈지만 아름다운 색감의 자동차까지. 삼박자가 조화로웠던 아침의 순간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아름다웠고
광장에서 내려다본 해변은 딱 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해변으로 가는 첫걸음.
그 해변의 바닷물.
여름 바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과 현지인들의 휴가를 느껴보고 싶다면, 네르하가 멋진 곳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사진은 아이폰 7으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