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의 불안감으로 인해, 주변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면
연애를 하다보면 이건 아니다 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더라도 끊어내지 못할때가 있다. 그 사람의 외적인 것들이 나보다 좋아보인다던가, 내가 헤어지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다시 혼자가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그래, 그래도 만나는 사람이 좋은거니 내가 조금 더 잘해봐야지. 하고 다시 진흙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나를 세뇌하며 소진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다 타서 재만 남아 너덜너덜해진 내마음을 보게 되고 그제서야 그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기에 무서웠던 나는 괜스레 주변 지인들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을 충족하려고 애를 써보기도 했다. 의도치 않게 주변인에게 관심을 요구하고, 괜히 연락을 해서 귀찮게 했는데 그럴수록 힘들어지는 건 나자신이 되었다. 혼자서 바로 설수없으니 여기저기 질척이는 꼴이 마치 헤어진 전 연인에게 ‘자니?’ 라는 카톡을 보내는 마음 같아 구질구질해 보였다.
연애의 불안감 때문인걸까. 최근에 일을 하다가도 몸이 으슬으슬 춥고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 정신건강이 이전보다 많이 나빠졌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사실 이게 재택근무가 길어져서 생긴 우울감인지, 아니면 연애를 끝내고 싶은데 다시 혼자가 되는것이 무서워 그러는 것인지는 명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의 감기는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일반 감기야 약국에서 해열제를 먹거나, 동네 의원에 가서 주사나 링거를 맞으면 금방 회복되지만, 마음의 감기는 신경정신과에서 오랜 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
2년전에도 약 1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데 그 곳을 다시 방문하자니 너무 멀기도 하고 의사선생님을 또 보기가 조금은 껄끄러워서, 네이버에 동네 신경정신과를 찾아보다가 꽤 평이 좋은 곳을 한군데 발견하게 되었다.
광복절 휴가 기간동안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다스려볼 생각에 병원이 여는 오전 10시에 맞춰 바로 전화를 했는데, 세상에나 오늘은 8월 13일인데 9월 중순까지도 예약이 꽉 차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가장 빠른 날짜를 물어, 겨우겨우 9월 말에 상담자리를 하나 예약할 수 있었다.
상담을 대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문제들이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진다.
그리고 오늘, 단지 예약만 했음에도 마음의 안도감이 들었다. 감기가 금방 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간 괴롭고 힘들때마다, 왜 정신과 진료를 다시 보러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오늘도 헛똑똑이의 밤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