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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Jan 16. 2024

구남친이 결혼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다.

그동안 나는 내 주위를 나에게 toxic한 관계들로 채워나갔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망가뜨릴까 싶은 남자들을 만나왔던듯 하다. 그들은 처음에 다정했고, 달콤했고, 세심했다. 사실 나는 상대방에게 최대한 맞춰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웬만하면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기때문에 나의 성격을 다 드러내지 않았을지 모른다. 

서로 맘에들면 천천히 다가갔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불나방처럼 사랑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2-3달이 흐른뒤에 처음만큼의 불꽃이 튀지 않으면 사랑이 서서히 식어갔다. 

심지어 끝난 연애를 차마 놓치못하고 꾸역꾸역 이어가려고 노력했던적도 있다. 2년전, 32살의 나는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남자를 만났다. 외모, 직업, 그리고 성실하게 모은 자산까지 모두 나를 흔들어놓을 만큼 강력했다. 우리는 처음 만나서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사랑이 식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헤어지고 나서 몇주간은 밤에 펑펑울다가 회사에 가서 눈이 퉁퉁 부은채로 일한적도 있고, 밤에 울다가 지쳐 잠에 들기도 했다. 정말 내가 원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이런거구나. 그때 느꼈다. 그 뒤로 만나는 사람들은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바에야 혼자 사는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너진건, 구남친의 결혼소식을 듣던 때였다. 헤어졌지만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로 지냈다. 

작년 11월, 그가 나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만난지 1주일 밖에 안됐지만 벌써 미래를 꿈꾼다고 했고, 올해가 가기전에 결혼할 거라고 했다. 


그는 사랑에 쉽게 빠지고, 쉽게 식는 타입이라는 것을 헤어지고 나서 알았다. 우리가 재회할 수 있을 거라는 한가지 희망을 내내 놓치 못하고 있던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사실 성격적으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외적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내가 바라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런 느낌의 사람, 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했고, 그 사람은 이제 내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은 이제 자기의 가정을 꾸려나갈텐데, 나만 동떨어져 혼자 살고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차단한 친구 목록을 보면서 스쳐지나간 옛연인들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나의 두번째 실수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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