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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Feb 14. 2024

미혼의 설연휴(2)

부제 : 가족이란 이런걸까?

그러니까 나는 위장이 약한 사람중 한명이다. 어렸을때부터 곧잘 체하곤 해서, 동네내과에서 복부 초음파도 보았지만 딱히 이상은 없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차가운 음식을 먹거나, 밀가루를 먹거나, 생크림이나 크림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먹을때면 거의 100퍼센트로 체기가 올라온다. 


롯데월드까지 재밌게 놀러다녀와서, 언니네 집에서 한우를 구워먹고 라면, 과일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나서 분명 괜찮았는데 잠을자기 위해 침대에 누우려고 하니 또 다시 얹히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참고 자보려고 했으나 식은땀이 나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에 급체약 2개를 먹고 나서야 체기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고, 새벽을 거의 꼴딱 새고 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사실, 집 근처에 걸어서 10분 거리에 병원 응급실이 운영중이었기에 도저히 못참겠으면 병원을 가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오전 4-5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든 것이다. 다음날은 언니, 동생과 함께 근처 백화점을 가기로 했던 터였고, 사람이 많이 몰릴것을 대비해 오전 일찍 만나려고 하였으나 컨디션 난조로 인해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슬렁슬렁 집앞으로 나가보았다. 


그렇다. 늘 이민을 꿈꾸는 나이지만, 이렇게 몸이 이따금씩 안좋을때마다, 혹은 급체와 같이 어느 순간 갑자기 아파오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갈 수 있는 병원이 지천에 널린 내가 사는 이 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새삼 다시한번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백화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늘 가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고, 아보카도샐러드, 한우 스테이크, 쉬림프 파스타, 그리고 한우피자를 주문해서 먹었다. 

내 인생에서 설연휴 먹부림 중에서 가장 과식을 한 날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녁에 언니네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한 5분쯤 이동했을까, 언니로부터 노트북을 챙기지 않았다는 전화가 왔다. 택시기사님께 출발지로 돌아가달라고 요청했으나, 출발지를 찾지 못하고 이상한 길에서 헤매는 바람에 내리겠다고 하고 내렸다. 그런데 내릴때에도 택시 문이 열리지 않아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던지. 택시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추가되어 마무리가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택시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자, 놀라서 나온 언니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집근처 (도보 15분거리)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에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가족이란 이런걸까?

가족이 위험에 처해있을땐, 추운 겨울날 신발인지 슬리퍼인지 생각도 안하고 신고 뛰어오는 그런것일까.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어렸을 떈, 참 많이 싸우던 언니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니 둘도없는 친구,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언니가 있어 감사하고, 가족이 있어 감사하고, 하루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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