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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Feb 15. 2024

싱글라이프, 편할 것만 같다고요?

가정의 생계는 나에게 달렸다. 

회사에 다니다보면 귀에 딱지가 앉게 듣는 말이 있다. 

'혼자 사니 얼마나 편해?

'나는 집에가면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도 없어.'

'그래도 혼자 사니 외롭지?'

'결혼하는게 좋아. 나는 내 딸은 꼭 결혼 시킬거야.'

'혼자 사는 사람은 뭔가 하자가 있어'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떤 사람에게는 모든 항목이 틀린 항목일수도, 누군가에겐 맞는 항목일수도 있겠다. 처음에 이런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눈을 낮춰서 결혼하라는 걸까..'

'애 때문에 참고사는 수많은 가정들을 봐왔는데.'


괜히 기분이 나쁜 마음에 그런 말을 하는 회사 사람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속으로 욕을 많이도 했다. 그런데 난 말하고 싶다. 혼자 사는 삶도 꽤나 많은 고민들로 뇌부하가 걸린 삶을 살고 있다고 말이다. 

혼자 살면 편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누군가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인생의 고민을 함게 나누고, 하루의 생활을 함께 공유할 때, 

나는 혼자 오롯이 모든 세상고민들을 해결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이랴. 나는 1인가구다. 

그러므로 내가 내 집안의 구성원이자 가장이다. 가장이 일을 하지 못하면 가정은 돌아가지 못한다.  

혼자 잘 사는 법, 혼자 잘 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도 많이 읽는다. 

책을 읽는다고 해결이 되는건 없지만서도 마음의 위로는 얻을 수 있다. 

혹시나 집에 무슨 일이 날 경우를 대비해, 야쿠르트를 정기적으로 주문한다. (야쿠르트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사망했을 때를 대비해서 사망 시 나오는 보험도 수익자를 원가족 앞으로 들어놓았다.


'70살 할머니가 되어있을 떄도 혼자이진 않을까' 무시무시한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도 해야한다. 

나는 나의 심리치료사이자, 보호자이자, 나 자신의 엄마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한몸 잘 입히고, 

먹히고, 

건강하게 사는 것, 

그리고 반려자로부터 얻지 못하는 정서적 지지 또한 나 혼자서 모두 해내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을 달래지 못한 채,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시간들을 보내기도 한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 양상은 또 다르겠지만, 그 시간이 꼭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삼는다. 

 

人 (사람인) 이라는 한자는 사람 두명이 서로 의지하고 맞대는 모양이라고 한다. 인생은 마음 맞는 누군가와 함께 맞대고 의지하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상상해왔는데, 지금의 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고 있다. 


혼자라서 슬플때가 한두가지는 아니다. 새벽에 아파서 깨도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아프면 혼자서 간호를 해야한다는 것. 

누군가의 손길이 무척 그리운 날들도 꽤나 많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는 여성치고 이성적인 편에 속하는 성격을 가진 점이랄까.


가장 걱정이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마흔이 넘고 쉰이 넘었을 때 나의 사회적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경제활동을 오래도록 해야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어느정도 외로움을 잠재우고,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많을텐데.

언제까지고 30대의 젊음과 경제력을 유지할 수는 없을텐데.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면 에어로빅 강사로 제2이 인생을 살기 위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겨놓는다.

제2의 인생까지 준비해야 하는 싱글은 바쁘다. 


그래도 끝끝내, 마지막 그 순간에도 싱글의 삶을 살고있다면, 

그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감을 잘 느낄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며 나의 안녕을 바라본다. 


싱글의 하루는 오늘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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