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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Feb 15. 2024

화는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살면서 많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내 안의 감정은 수분 혹은 수초 내에서도 변한다. 20대 초반까지 나와 가장 가까이 지내는 타인은 바로 가족이다.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여행을 간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질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듯이,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가장 많은 화를 내곤 한다. 


사춘기 시절, 나의 짜증의 대상은 '엄마'였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던지, 나의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하루는 엄마가 '내가 네 짜증 받아주는 사람이니?'하고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 핑계를 굳이 찾아보자면 나는 그때 공부를 하는것이 숨막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해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 어떨까 하고 창문에 얼굴을 깊게 내밀어본 적이 있다. 다리도 한쪽 올려보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10대 시절에 받는 공부에 대한 압박, 좋은 대학을 가야 인생이 풀린다는 압박, 그래야 성공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사회적 압박을 가장 많이 받은 시기는 나의 10대 시절이다. 


그 작은 몸으로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화를 분출할 출구가 필요했다. 내가 청소년일 당시에는 정신과, 명상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화를 내는 대상은 '가족'이 되었다. 

가족 중에서도 내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말이다. 힘들 때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많이 듣던 엄마에게, 짜증을 제일 많이 냈다. 


그런데 이따금씩 그떄의 기억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나를 자책하게 만든다. 가장 소중하게 대해야 할 가족에게 화를 내는 내 자신이, 나중에 나의 가정을 만들어서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대체 내 안의 작은 악마는 언제쯤 사라지려고 하나.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나를 많이 감쌀때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과거의 상황에서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우리는 완벽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자란다. 


어릴때는 공부를 잘해야 하는 강박, 

어른이 되어서는 이뻐야 한다는 강박, 

사회에 나와서는 돈을 잘 벌고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모든 강박들은 어쩌면 '완벽'해야만 살아남는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아직까지도 나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돈을 조금 더 모아야해, 돈을 조금 더 벌고싶어,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사회적으로 성공해보고싶어.'

'꿈'과 '완벽'에 대한 신기루가 헷갈리는 요즘, 나는 내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내 자신에게 관대할 때,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를 받아들이는데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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