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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Mar 08. 2024

여행, 그 순간의 설렘

새로운 감정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딱 중간의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20대 때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스페인을 시작으로, 어학연수를 위해 정착했던 아일랜드까지. 그 시기동안 나는 유럽이란 유럽은 모조리 돌아다녔다. 


혼자 포르투갈에 가서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를 먹고, 포르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이 세상이 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더 이상의 혼자하는 여행은 하고싶지 않았다. 이 좋은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랬기에 혼자 지내는 것이 내게는 조금 두려움을 주었다. 나는 아직도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을 생각한다. 나는 공항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펑펑울었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온 곳인데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날이었다. 만 23살의 나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들고, 회사를 다니면서 길게 여행을 가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 지금, 이제서야 나는 여행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정의할 때, 그 사람이 관계 속에서 재정립된다고 생각한다. 홀로 있을 때의 나와, 회사 안에서의 나, 그리고 나중에 가족을 꾸렸을 때의 나는 확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다시 만들어가며 살아가게 되는데 여행지에서의 나는, 일상적인 관계와 단절된 채 오롯이 나, 그리고 여행지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여행은 나에게 영감을 주기도, 내 삶의 목적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준다. 투자로 자산을 어느정도 불려놓고 나니 근거리의 여행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수준이 되기도 해서, 올해는 언제 어디를 가볼까 달력을 넘겨보다가 5월 5일이 어린이날인 관계로 5월 6일이 대체휴무일로 지정된 것을 보니 그 날에 가면 좋을 것 같다고 결정을 했다.


실행력은 최고인 나는 오늘 아침에 5월 7일까지 연차를 내고나서, 본격적으로 여행지를 골라본다. 나는 홍콩/대만/스페인/일본에 친구들이 살고 있다. 친구들이 있는 여행지를 가면 좋은 점은, 로컬이 가는 곳을 가볼 있다는 점, 그리고 나라의 민낯을 있는 점이다. 대만과 스페인은 가봤으니 넘기고, 스페인은 너무 머니 홍콩이 남았다. 


5월의 홍콩을 기다리며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이제 호텔만 예약하면 된다. 여행지에서 스냅도 찍을 예정이니 스냅촬영에 맞는 옷도 준비하면 되겠다. 나에게 여행의 목적은, 여행을 가는 날까지 구름위에 떠있는 설렘을 가져다 주는 것도 포함될 수 있겠다. 스냅촬영을 하며 모델이 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간다. 설렘 그리고 다름, 그 느낌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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