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12화
계절은
아직 다정함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공기 어딘가에는
이미 여름을 예고하는
따뜻함이
조금씩 스며들어 있다.
나는
봄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햇살은
조금 더 길어졌고
바람은
여전히 부드럽지만
어딘가
미묘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을
짙게 만들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계절 앞에서
마음이 먼저
분주해졌을 것이다.
다가올 여름을
미리 준비한다는 이유로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조금 더
애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들보다
먼저 땀 흘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뜨겁게
살아야
그 계절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봄의
중간에서
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굳이
계절보다
먼저 달리지 않기로.
굳이
더 뜨거워질 시간을
미리
견디지 않기로.
대신
지금 흐르고 있는
시간의 결을
천천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햇살이
조금 더 밝아질수록
사람들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세상은
그 속도에 맞춰
더 분명한 결과와
더 또렷한 성과를
요구한다.
그 흐름에서
한 걸음만 늦어도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금세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았다.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기보다
조금
느슨하게
풀어두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힘을 쓰는 대신
내 곁을 지나가는
계절을
잠시 바라보았다.
짙어지는
초록과
천천히
흐르는 바람.
햇살이
건물 사이로
기울어지는 모습.
그런 것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데
오늘의 시간을
조금 더 썼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오래
고민하지 않았고
모든 대화에
꼭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가끔은
조금 남겨두는
여백이
생각보다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한다는 것.
그것은
대책 없이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엔진이
과열되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남들의 시선이라는
온도계에
나를
맞추는 대신
내가
숨 쉬기 편한
온도로
하루를
채워보는
연습이다.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 사이에서
계절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시간이다.
앞으로의 날들은
분명
오늘보다
조금 더
뜨거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는 이미
‘열심히’라는
무거운 외투를
잠시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굳이
정상을 향해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그늘 아래
잠시 멈춰
바람을 느끼며
계절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삶이다.
태양 아래에서
억지로
반짝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의 온도 속에서
천천히
숨 쉬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절이
조금씩
바뀌어도
나의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
조용히
받아들이려 한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