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계선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14화

by 신 작가 수달샘

오늘은 한계선을 그었다.


더 할 수 없는 지점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하나쯤은 더 넘길 수 있었고,


조금만 더 참으면
오늘을 더 길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애매했다.
멈추기에는 아직 남아 있었고,
계속 가기에는 이미 충분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한계선을 늘 나중에 그렸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도
마음으로 눌렀고,


마음이 먼저 흔들려도
해야 한다는 말로 덮었다.


괜찮다는 말로 버티고,
조금만 더라는 말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넘은 선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고,
나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하루가 끝날 때마다
조금씩 닳고 있었다.


크게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오늘은
그 닳아감을 미리 막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까지라고 정했다.


누구에게 설명하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멈추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그 결정은 무겁지 않았다.


한계선을 그었다고 해서
오늘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온 시간이
제자리에 놓이는 느낌이었다.


급하게 밀어 넣은 하루가 아니라
제대로 살아낸 하루 같았다.


한계는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방향의 표시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어디까지 괜찮은지
알고 있다는 신호.


오늘의 나는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았다.


조금 아쉬웠고,
조금 남아 있었고,
조금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이유로
선을 밀지는 않았다.


오늘의 한계선은
내일을 포기하는 선이 아니라


내일을 남겨두는 선이었다.


오늘을 다 써버리는 대신
내일을 남겨두는 선택.


그래서
오늘은 그 선을 존중했다.


넘지 않기로 한 선택이
오늘을 망치지 않았다는 걸


나는 안다.


오히려
오늘을 지켜냈다는 느낌이 남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더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덜 하지도 않은 하루.


그 사이 어딘가에
오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멈췄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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