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15화
오늘은
덜 아픈 쪽을 택했다.
더 옳아 보이는 선택도 있었고,
더 멋있어 보이는 길도 있었다.
조금 더 참고 나아가면
나중의 나는
지금의 나를
조금은 자랑스러워할 것 같기도 했다.
그 선택은
틀리지 않은 길처럼 보였고,
누군가에게 설명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방향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오늘의 나에게
조금 아플 것 같았다.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또
조금 더 닳아갈 것 같았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에서는
조용히 무너지는 느낌이
남을 것 같았다.
예전의 나는
아픔을 감수하는 쪽을
더 가치 있게 여겼다.
견디는 만큼 남는다고 믿었고,
아파야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조금 더 힘든 쪽을 택하려 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만
내 하루가
더 의미 있어 보인다고 여겼다.
덜 아픈 선택은
어딘가 부족해 보였고,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허락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건 타협 같았고,
어쩌면 포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선택 앞에서는
늘 한 번 더 망설였고,
결국은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쪽으로 기울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기준을
조금 내려놓았다.
더 나은 선택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선택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프지 않아도
의미는 남을 수 있고,
덜 상처받아도
하루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굳이 더 아픈 길을 선택하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이
덜 가치 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버티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오늘의 나는
완전히 피하지도 않았고,
무작정 맞서지도 않았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지점을 찾았다.
넘어야 할 선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나를
무너지게 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
그 선택 덕분에
하루는 끝까지 이어졌고,
중간에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서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되는
조금은 덜 지친 상태로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덜 아픈 선택은
회피가 아니라
조절에 가까웠다.
무너질 때까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버티는 것.
그 선을 스스로 정하는 일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오늘은
그 온도를
믿어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견딜 수 있는 온도를.
조금 덜 아파도 괜찮은 날이었다.
조금 덜 무거워도
오늘은 충분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의미가 있었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