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덜 아픈 선택<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16화

by 신 작가 수달샘

오늘은 끝까지 가지 않았다.


중간에서 멈췄고,

마지막 장면까지 보지 않았고,
완성이라는 말이 붙기 전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손을 조금만 더 뻗으면 닿을 것 같았고,
한 걸음만 더 가면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 한 걸음을 일부러 남겨두었다.


예전의 나는 끝까지 가는 걸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마무리하지 않으면 시작한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았고,
중간에 멈추는 건 어딘가 패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늘 끝을 향해 나를 밀었다.
힘이 남아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도착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도착한 날들은
겉으로는 깔끔했지만
속은 자주 비어 있었다.


완성은 했지만 남은 것은

피로였고,끝까지 갔지만

다음을 시작할 힘은
이미 많이 닳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았다.
끝까지 가면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닳을 것 같았고,
그 닳아감이 내일로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도착하지 않기로 했다.



중간에서 멈춘 선택이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 아쉬움보다
지금의 나를 지키는 쪽이
조금 더 중요했다.



완성하지 못한 문장 하나,
남겨둔 일 하나,
덜 정리된 마음 하나.



그것들이 오늘의 나를

실패로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오늘을 조금 덜

힘들게 건널 수 있었다.



끝까지 가지 않아도

의미는 남아 있었다.
시작했고,

지나왔고,
그만큼의 시간을

살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오늘
완벽한 결말 대신
적당한 중간을 택했다.


그 선택이 비겁하지도,
대충도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멈추는 것도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끝까지 가지 않았기에
오늘은 조금 덜 지쳤고,
조금 덜 상처받았고,
하루를 미워하지 않아도 됐다.


가끔은 완주보다
중단이

더 건강한 마무리가 될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렇게 멈춘 날들이 쌓여서
오히려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무조건 끝까지 가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의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조금 남겨둔 것들 위에
내일을 얹어도 괜찮다고 믿는다.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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