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17화

by 신 작가 수달샘

오늘도 무너지지 않았다.
크게 버틴 것도 아니었고,
대단히 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이라는 하루가 끝날 때까지
내 형태를 조용히 유지했다는 것,
그 정도의 일이었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속에서는

몇 번이나 균열이 생겼고,
작게 흔들리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흔들림이었지만,
나는 그 무게를 알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확실한 반등이 없으면
그 말은 과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조차
어딘가 변명처럼 들릴까 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
항상 단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울컥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흔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잠깐 멈춰 서기도 하고,
속으로 몇 번이고 내려앉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상태,
나는 그것을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나는
몇 번이나 주저앉고 싶었다.


그럴 이유도 있었고,
핑계도 충분했다.
조금만 더 힘을 빼면
그대로 하루를 내려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하루를 접지는 않았다.


속도를 늦췄고,
선을 그었고,
끝까지 가지 않기로 한 순간도 있었다.


해야 할 것을 줄였고,
괜찮지 않은 것을 억지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그 선택들 덕분에
오늘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은
이겨냈다는 말보다 훨씬 조용하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결과다.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쳐지지만,
사실은 가장 오래 남는 힘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덜 상처받았다는 것을.
조금 덜 무리했고,
조금 덜 자신을 밀어붙였다는 것을.


오늘의 나는
무너질 만큼의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지는 않았다.


내일을 위해
아주 조금은 남겨두었다.
그 남겨둔 여유가
내일의 나를 지탱해 줄 거라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부서지지도 않았다.


대단하지 않았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한 하루였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지나가도 괜찮았다.


그렇게 조용히 버틴 하루는
소리 없이 나를 지켜냈다.


그 정도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오늘의 나는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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