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미라는 집이 유난히 조용하다고 느꼈다.
윤호는 이미 나간 뒤였고
서아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문 앞에 놓인 슬리퍼는
밤새 그대로였다.
미라는 부엌으로 갔다.
습관처럼 밥솥을 열고
국을 데웠다.
아침을 먹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식탁에는 의자가 네 개 있었다.
미라는 그중 하나를
살짝 밀어 넣었다.
어제도, 그제도
아무도 앉지 않았던 자리였다.
서아의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서아야.”
대답은 없었다.
문을 열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노크하지 않는 게
배려처럼 느껴졌다.
미라는 세탁기를 돌리고
집을 정리했다.
집은 늘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이 줄어든 집은
정리할 필요도 없었다.
점심 무렵,
윤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좀 늦어.
미라는
“알겠어”라고 답했다.
물어보지 않았다.
무엇이 늦는지,
왜 늦는지.
이제 그런 질문은
상대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집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서아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윤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미라는
불을 하나만 켰다.
부엌 불이었다.
혼자 먹는 저녁은
이제 익숙했다.
밥을 조금 덜 담고
반찬도 하나만 꺼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 이름을
누가 한 번이라도 불렀나.
미라는
자기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았다.
정미라.
소리 내어 부르지 않으면
이름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밤이 깊어
윤호가 돌아왔을 때,
미라는 이미 방에 있었다.
“왔어?”
짧은 인사였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미라는
등을 돌린 채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었다.
지금은
서로의 숨소리를
확인하지 않는다.
미라는 울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다.
다만
아주 또렷하게 느꼈다.
이 집에서
자신은 더 이상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엄마도,
아내도,
누군가의 위로도 아닌
그저 기능처럼
남아 있다는 걸.
미라는
불을 끄기 전에
작게 말했다.
“미라야.”
아무도 듣지 않았다.
✍️ 작가노트
불리지 않는 시간은
사람을 조용히 지웁니다.
이 변화의 다음 장면은
6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