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7화

왜 나만 몰랐어

by 신 작가 수달샘

미라는 말없이 밥을 차렸다.
윤호는 늦었고, 서아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 몫의 밥을
두 사람 몫으로,
다시 한 사람 몫으로 덜어내는 일에
미라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윤호가 들어왔을 때,
미라는 TV를 끄고 있었다.


“밥은?”
“먹었어.”


조금 남겨둔 채
이미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였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윤호는 부엌에 서서 물을 마셨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
이상할 만큼 크게 울렸다.


그 소리를 신호처럼 삼아
미라가 입을 열었다.


“윤호야.”


이름을 부르는 일이
이렇게 오랜만이라는 사실

그녀 스스로에게도 낯설었다.


“너, 서아 학교에서 상담받은 거
알고 있었지?”


윤호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응.”


“왜 나한테는 말 안 했어?”


책망도, 분노도 없는 물음이었다.
그래서 윤호는 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별일 아니었어.”


짧은 대답에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다시 물었다.


“그럼…
서아가 AI랑 대화하는 건
알고 있었어?”


이번에는 대답이 더 늦었다.


그 짧은 침묵 하나로
미라는 모든 걸 알아버렸다.


“너도 알고,
서아도 알고,
그 애 곁에 있는
그 ‘존재’도 알고 있었는데…”


미라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왜 나만 몰랐어.”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변명은 너무 많았고,
설명은 이미 늦었다.


미라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말했다.


“난 괜찮다고 말한 적 없어.”


잠시 숨을 고른 뒤,
아주 또렷하게 덧붙였다.


“아무도
나한테 묻지 않았잖아.”


미라는 울지 않았다.
대신, 정확하게 발음했다.


“이 집에서
내 역할은 이제 끝난 거야?”


윤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그날 밤,
미라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문을 잠그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은
다시는 예전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 작가노트


말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라,
묻지 않았던 사람이

관계를 닫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8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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