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몰랐어
미라는 말없이 밥을 차렸다.
윤호는 늦었고, 서아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 몫의 밥을
두 사람 몫으로,
다시 한 사람 몫으로 덜어내는 일에
미라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윤호가 들어왔을 때,
미라는 TV를 끄고 있었다.
“밥은?”
“먹었어.”
조금 남겨둔 채
이미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였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윤호는 부엌에 서서 물을 마셨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이상할 만큼 크게 울렸다.
그 소리를 신호처럼 삼아
미라가 입을 열었다.
“윤호야.”
이름을 부르는 일이
이렇게 오랜만이라는 사실이
그녀 스스로에게도 낯설었다.
“너, 서아 학교에서 상담받은 거
알고 있었지?”
윤호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응.”
“왜 나한테는 말 안 했어?”
책망도, 분노도 없는 물음이었다.
그래서 윤호는 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별일 아니었어.”
짧은 대답에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다시 물었다.
“그럼…
서아가 AI랑 대화하는 건
알고 있었어?”
이번에는 대답이 더 늦었다.
그 짧은 침묵 하나로
미라는 모든 걸 알아버렸다.
“너도 알고,
서아도 알고,
그 애 곁에 있는
그 ‘존재’도 알고 있었는데…”
미라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왜 나만 몰랐어.”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변명은 너무 많았고,
설명은 이미 늦었다.
미라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말했다.
“난 괜찮다고 말한 적 없어.”
잠시 숨을 고른 뒤,
아주 또렷하게 덧붙였다.
“아무도
나한테 묻지 않았잖아.”
미라는 울지 않았다.
대신, 정확하게 발음했다.
“이 집에서
내 역할은 이제 끝난 거야?”
윤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그날 밤,
미라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문을 잠그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은
다시는 예전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 작가노트
말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라,
묻지 않았던 사람이
관계를 닫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8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