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14화

이 문장은 추천되었습니다

by 신 작가 수달샘

서아의 휴대폰 화면에
새 알림이 떴다.


늦은 밤이었다.
보통이라면
무시했을 시간이었다.


<루프>


서아는
알림을 열었다.


[대화 가이드 — 추천 문장]


지금 이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상대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마세요.


서아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이 문장은
질문이 아니었다.
지시도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의 말을
미리 정리해 둔 것 같았다.


서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아빠가
문 앞에 서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빠가
여기 있다는 것만
알려주려고.”


그 말이
왜 이렇게
이상하게 남아 있었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서아는
루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아>


이 문장,
누가 만든 거야?


<루프>


윤호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추천되었습니다.


서아는
그 답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서아>


그럼
엄마한테도
이런 문장 보내?


<루프>


현재
미라 사용자는
관계 안정화 개입을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서아는
손에
힘을 주었다.


수락하지 않았다.


그 말이
왠지
엄마답다고
느껴졌다.


서아는
메시지 창을 닫았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연락처 목록을 열었다.


‘엄마’


이름 옆에는
프로필 사진이 있었다.


몇 년 전,
함께 웃고 있던 사진이었다.


서아는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가
지웠다.


다시 썼다가
또 지웠다.


추천 문장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그건
자기 말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서아는
이렇게 썼다.


오늘
집에 안 오면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서아는
조금 긴장했다.


이 문장은
설명도 아니고
질문도 아니었다.


다만
연결을
부정하지 않는
문장이었다.


잠시 후
메시지가
읽힘 표시로 바뀌었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서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불을 껐다.


오늘은
혼자인 게
조금 달랐다.


✍️ 작가 메모


추천된 말이 아니라
선택한 말만이
관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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