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15화

늦은 답장

by 신 작가 수달샘

서아의 휴대폰은
한동안 조용했다.


읽힘 표시만
계속 떠 있었다.


두 글자.
읽음.


그게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었다.


답장이 없는 것보다
이미 읽혔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렸다.


서아는
다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지금은
재촉하지 않는 게
전부였다.


시간이 흘렀다.
방 안의 불빛은 그대로였고
창밖의 불빛은
하나둘 줄어들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엄마


서아는
바로 열지 못했다.


숨을
한 번 들이켜고
천천히 화면을 밀었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네가 걱정하는 건
알고 있어.


문장은
짧았다.


어디에 있는지도,
언제 돌아올지도
없었다.


서아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은

분명한 거절이었고,


‘걱정하는 걸 안다’는 말은
완전한 단절은
아니었다.


멀어지지만
끊어내지는 않는 말.


서아는
루프를 열지 않았다.


이 문장은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답장을 썼다.


알겠어.
그냥…
조심해.


더 묻지 않았다.


전송을 누르고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그날 밤,
윤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서아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윤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한테
연락 왔어?”


서아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래?”


서아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혼자 있고 싶대.”


윤호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말의 무게를

서아보다
조금 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미라는
조용한 카페에
혼자 앉아 있었다.


컵은
이미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둘
일어났다.


미라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가방에 넣었다.


오늘은
누군가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채로
밤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고,
짧은 답장을
받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오늘 밤은

그 정도의 연결이면
괜찮았다.


✍️ 작가 메모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은
떠난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겠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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