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16화

아침은 여전히 온다

by 신 작가 수달샘

아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왔다.


윤호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잠을 잤다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상태였다.


집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미라는 돌아오지 않았고,
서아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윤호는 부엌으로 갔다.
밥솥을 열지 않았다.
국도 데우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내렸다.


물이 끓는 소리가
이 집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윤호는 컵을 들고
창가에 섰다.
밖은 평범한 아침이었다.


사람들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아무 일 없는 풍경.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위로가 됐다.
모든 집이 오늘도 무사하다는

착각.


잠시 후
서아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서아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대충 묶은 채였다.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제는 어땠어?”도
“엄마는?”도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피 대신 물 한 컵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서아는
그 물을 마셨다.


짧은 침묵 뒤,
서아가 말했다.


“학교 갔다 올게.”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는
아주 평소 같았다.


윤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루프의 알림은
오지 않았다.


개입 이후
아무 메시지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었다.


윤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정을 열었다.


관계 안정화 개입: 활성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윤호는 토글을 내렸다.


비활성화


확인 메시지가 떴다.


개입을 중단하면
관계 지표에 대한
추가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윤호는
확인을 눌렀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건네는 일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한다는
아주 늦은 깨달음.


출근 준비를 하며
윤호는 문득 생각했다.


미라가 오늘 돌아올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모른 채로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


윤호는 집을 나서기 전에
거실 불을 껐다.


부엌에는
아침 햇살만 남아 있었다.


아침은
여전히 왔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조금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 메모


어떤 관계는
밤보다
아침에
더 많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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