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지만, 함께하지는 않는다
서아의 교실은
항상 조용했다.
완전히 조용한 건 아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
가끔 터지는 웃음.
하지만
서로에게 말을 거는 소리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었지만
각자의 화면 안에
머물러 있었다.
서아는
창가 자리에서 노트를 펼쳤다.
필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냥 펼쳐두는 게
편했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는
이어폰을 한쪽만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와 통화 중인 듯했지만
입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
누군가 서아에게 물었다.
“너 요즘 집 괜찮아?”
질문은
걱정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응.”
서아는
짧게 대답했다.
더 묻지 않았고,
상대도 더 듣지 않았다.
그게
이 세대의
대화 방식이었다.
점심시간,
아이들은
같이 식판을 들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식사 속도도,
먹는 양도
각자였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화는 없었다.
서아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풍경은
늘 그래왔다.
혼자 먹는 건
외로운 일이 아니었고,
혼자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가끔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언제부터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아졌을까.
체육 시간,
조를 나누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지 않았다.
혼자가 되는 건
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서아는
혼자 남았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할 때,
서아는 학교 정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몇몇 아이들은
같이 걸어갔고,
몇몇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서아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자기 방이 기다리고 있고,
그 방에는
정리된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아무 소리 없이
걷고 싶었다.
서아는
가방 끈을 고쳐 잡고
천천히 걸었다.
같이 있지만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그건
서아에게
불편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다만
어른들이
이 풍경을 보면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대는
함께하는 법보다
혼자 있는 법을
먼저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