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사회> 18화

그는 내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by 신 작가 수달샘

미라는
그날도
같은 카페에 갔다.


이제는
직원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묻지 않아도

주문은 늘 같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우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 앉아도 될까요?”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대화는
이제 어렵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한 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글자가 빽빽했지만
미라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여기 자주 오세요.”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말투였다.


“네.”


미라도
짧게 답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미라의 나이도,
사는 곳도,
결혼했는지도.


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이 카페 좋아하는 이유
알아요?”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설명 안 해도
되거든요.”


미라는
그 말에
잠시 웃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건

집 안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던
감각이었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조금 했다.


혼자 산다는 것,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말이 줄어든다는 것.


미라는
그 말을
고치지 않았다.


공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었다.


“저는요.”


미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노트를 덮었다.


“저는 요즘
제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지 않으려고
연습 중이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게
미라를
조금

안심하게 했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뵐 수 있겠죠.”


확신도,
기대도 없는
말이었다.


미라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요.”


그가 떠난 뒤

미라는
컵에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오늘
누군가를 만났지만
아무 관계도
맺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금
숨이 편해졌다.


미라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기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타인일지도
모른다는 걸.


✍️ 작가 메모


어떤 만남은
이어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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