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미라는
그날도
같은 카페에 갔다.
이제는
직원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묻지 않아도
주문은 늘 같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우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 앉아도 될까요?”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대화는
이제 어렵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한 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글자가 빽빽했지만
미라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여기 자주 오세요.”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말투였다.
“네.”
미라도
짧게 답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미라의 나이도,
사는 곳도,
결혼했는지도.
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이 카페 좋아하는 이유
알아요?”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설명 안 해도
되거든요.”
미라는
그 말에
잠시 웃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건
집 안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던
감각이었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조금 했다.
혼자 산다는 것,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말이 줄어든다는 것.
미라는
그 말을
고치지 않았다.
공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었다.
“저는요.”
미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노트를 덮었다.
“저는 요즘
제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지 않으려고
연습 중이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게
미라를
조금
안심하게 했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뵐 수 있겠죠.”
확신도,
기대도 없는
말이었다.
미라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요.”
그가 떠난 뒤
미라는
컵에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오늘
누군가를 만났지만
아무 관계도
맺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금
숨이 편해졌다.
미라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기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타인일지도
모른다는 걸.
어떤 만남은
이어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