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8화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온 날

by 신 작가 수달샘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온 날이 있었다.


하교 시간이
다가오기 전,
알림음이 먼저 울렸다.


전화는 아니었다.


하이톡.


짧은 문장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아이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요.”


말은 정중했고
이모티콘도 없었다.
차분한 문장 사이로
조심스러운 불안이
고스란히 보였다.


나는
잠시 교실을 둘러봤다.


아이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문제를 풀고 있었고,
교실의 리듬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하루를
천천히 떠올렸다.


눈에 띄는 사건은 없었다.
특별히 문제 될 장면도 없었다.
문제를 풀다 말고
잠깐 멈추던 순간,
종이를 접었다 펴던 손짓,
연필 끝이
책상 위를 몇 번 떠다니던 정도.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썼다.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 문장은
부모에게
항상 충분하지 않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

안심이라기보다
설명되지 않은 공백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다음 메시지가 왔다.


“집에서는
좀 걱정되는 모습이 보여서요.”


그 문장 뒤에는
잠시
답장이 오지 않았다.


부모의 걱정
대개
아이의 행동보다
자신의 불안을
먼저 데려온다.


나는
아이를 분석하지 않기로 했다.


성향도,
속도도,
지금의 상태도
정리하지 않았다.


대신
그날 교실에서
아이가 자리를 지켰다는 것,
끝까지 남아 있었다는 것,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쳤다는 사실
짧게 전했다.


메시지는
읽음 표시만 남겼고,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알겠습니다.
조금 안심이 되네요.”


완전한 안도는 아니었지만
숨을 한 번 고른 느낌이었다.


채팅창을 닫고 나서
나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부모가 먼저 오는 날
아이의 문제가
곧바로
어른의 불안으로 번지는 날이기도 하다.


그 불안을
아이에게
그대로 옮기지 않는 일,

그 사이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일.


그날의 내 역할
아이의 변화를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몰랐다는 얼굴로
연필을 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도
아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모에게 먼저 온 하루는
아이에게
아직 오지 않은 하루일 수 있다는 걸
나는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서두르지 않는 말을
먼저 고르는 사람으로


오늘도
교실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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