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7화

처음으로 말을 건 날

by 신 작가 수달샘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 건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그날의 교실은
조금 부산했고,
나는 평소보다
아이를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아이는 문제를 풀다 말고
자주 멈췄고,
종이를 접었다 펼쳤다.


연필 끝은

여러 번 책상 위를 떠다녔다.


나는
지금이 그 순간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말을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지나가야 하는지.


교실에서의 판단은
대개 그런 식이다.
명확한 신호는 없고,
대신 어렴풋한 감각만 있다.


하지만 그날은
기다림이 아니라
연결이 필요한 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지금 여기까지 했구나.”


질문도 아니었고,
평가도 아니었다.


아이의 상태를
그대로 옮긴 문장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필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더 서 있었다.


말을 더하지도 않았고,
자리를 급히 뜨지도 않았다.


교실에서는
그 사이의 시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잠시 후,
아이는 아주 작게
“네”라고 말했다.


그 한 음절은

설명도 아니었고,
변명도 아니었다.


그저
연결되었다는 표시였다.


나는
그날 이후
다시 말을 줄였다.


아이의 반응을
확대 해석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처음 말을 건 날은
종종 과대평가된다.


마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질 것처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가깝다.


아이의 하루는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았고,
교실의 흐름도
그대로였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속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알았다.


침묵과 말 사이에는
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을 넘는 건
용기가 아니라
타이밍이라는 것도.


그날의 말은
아이를 움직이게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와
같은 쪽에 서게 만들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교사는
아이를 끌어당기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곁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꺼내야 할 순간을
늦게라도 알아보려
애쓰는 사람으로


오늘도
교실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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