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10화

말을 꺼내야 했던 순간

by 신 작가 수달샘

말을 꺼내야 할 순간은

대개 갑자기 온다.


충분히 기다렸고,

충분히 지켜봤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때.


아이의 하루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날의 아이는
평소보다 자주 자리를 벗어났다.


이유 없이 움직였고,
시선은 자주 흩어졌다.


나는 그 움직임을
습관으로 볼 수도 있었고,
하루의 컨디션으로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교실 전체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기다림이 아이를

보호하는 순간이 있고,

기다림이 아이를
혼자 두는 순간도 있다.


경계
나는 서 있었다.


“지금은

여기까지 같이 해보자.”


그 말은

부드럽지도, 단호하지도 않았다.
설명도 없었고
이유도 붙이지 않았다.


아이는 잠시 나를 보았다.
그 시선에는
기대도, 반발도 없었다.
다만
확인처럼 느껴졌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이미 꺼낸 말은
지켜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리에 다시 앉았고,
하루는
큰 소리 없이 흘러갔다.


말을 꺼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날 이후의 말들이
더 중요해진다.


그 순간
어떤 말을 했는지보다
그 말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가
남는다.


말을 꺼내야 했던 순간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였다.


그날의 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그 자리에
머물겠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말을 아끼는 사람으로,
그리고
말을 꺼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교실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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