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비극> 1화.

아이보다 먼저 무너지는 자리

by 신 작가 수달샘

아이는 아직 괜찮아 보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공책을 펼쳤고,

질문에도 대답했다.


교실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의 하루는

정상적인 궤도를 따라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나였다.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마음이 흔들려 있었다.

어제 기록해야 했던 문장 하나,
지나가듯 던졌던 말의 여운,


누군가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감기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이미 하루를 버거워한 상태로

아이 앞에 서 있었다.


초등교사는 아이를 지켜보는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교실에서 가장 많이 관찰당하는 존재는 교사다.


말투, 표정, 대응, 판단,

그리고 침묵까지.
하지 않은 말보다,

한 말이 더 오래 남고,
의도보다 결과가 먼저 해석된다.


나는 아이를 보며 동시에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혹시 이 장면이 오해로 남지는 않을지,
이 선택이 나중에 문제로 기록되지는 않을지,
설명해야 할 하루가 또 하나 늘어나지는 않을지.
아이의 반응보다
그 이후에 따라올 시선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교사는 늘 두 겹으로 움직인다.
아이 앞에서는 침착한 얼굴로 서 있고,
보이지 않는 시선 앞에서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된다.


하나의 선택에
두 개의 기준이 동시에 작동하는 자리다.


그날도

아이는 괜찮았다.


아이는 자기 자리에서
자기 속도로 하루를 건너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이미 다른 하루를 걱정하고 있었다.


교실 안에는
항상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아이의 시간과,
그 아이를 책임지는 어른의 시간.


그날 나는

아이의 시간이 아니라
나의 시간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
뒤늦게 알아차렸다.


수업은 흘러갔고,

종은 울렸고,

하루는 끝났다.


아이의 시간은

다음 날로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이미 조금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무도 묻지 않았다.


교실에서는
아이보다 먼저 무너지는 사람이
늘 혼자 버틴다.


그 흔들림은 드러나지 않고,
대신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로 정리된다.


비극은
아이에게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를 지키려는 사람에게서
먼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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