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비극> 2화.

말하지 않았는데 기록되는 하루

by 신 작가 수달샘

그날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시도 없었고,
경고도 없었고,
설득도 없었다.


아이에게는
잠깐의 기다림이 있었고,
수업은
조용히 흘러갔다.


소란도 없었고,
문제라고 부를 만한
장면도 없었다.


종은 울렸고,
아이들은 교실을 나갔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 하루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늘 그 다음이었다.


교실에서의 하루는
종이 울린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하루를
설명해야 하는 시간.


말로 남기지 않은 장면들을
문장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다.


기록은
사실을 남긴다고 하지만,
교실의 사실은
늘 문장보다 크다.


아이의 망설임,
잠깐의 침묵,
의도 없이 지나간
선택의 여백은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기록은
언제나 줄어든다.


줄어든 문장은
맥락을 잃고,
맥락을 잃은 문장은
다시 해석된다.


그리고 그 해석의 책임은
대부분
교사가 짊어진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안전해 보이는 문장이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안심시키기엔 짧고,
판단을 막기엔
부족하다.


그 문장은
오히려 질문을 부른다.


왜 문제는 없었는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왜 다른 선택은 하지 않았는지.


나는
이미 지나간 하루를
다시 불러 세웠다.


하지 않았던 말까지
끌어와
문장으로 옮겼다.


말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선택하지 않은 행동까지
정리했다.


설명은
점점 길어졌고,
하루는
점점 무거워졌다.


아이의 시간은
이미 다음 날로
넘어갔는데,


교사의 하루는
아직
그 자리에 묶여 있었다.


하나는 흘러가고,
하나는
붙잡힌 채 남아 있었다.


교실에서는
말하지 않은 하루도
기록이 된다.


그리고
한 번 남은 기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다시 불리고,
다른 맥락 속에서
다시 읽힌다.


나는
그날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교실에서
교사는 늘
설명해야 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말을 했을 때도,
말을 하지 않았을 때도.


이 비극은
큰 잘못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
항상
같은 쪽에 서 있기 때문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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