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2화

아이보다 먼저 흔들린 사람

by 신 작가 수달샘

아이를
마주하기 전부터
나는 이미
한 번 흔들린 상태였다.


아침 회의에서
무심히 던져진 말 한마디,
전날 밤

잠들기 직전 확인한
메시지 하나.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몸보다 먼저
교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행동은
그날따라
유난히 더 크게 보였다.


말이 느렸고,
손이 자주 멈췄고,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안다.
이런 순간에
어른이 가장 쉽게
꺼내는 말이 무엇인지.


“집중하자.”
“지금 할 수 있잖아.”
“이 정도는 해야지.”


그 말들은

아이를 향한 독려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지금의 불편함을
빨리 매듭짓고 싶은
어른의 조급함이라는 것도
나는 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여유가
먼저 바닥났다는 걸,
나는
그날 늦게서야
알아차렸다.


아이 앞에서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다.


아이를 바로잡기 전에
어른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날의 나는
아이를 가르칠 준비보다
아이를
버틸 준비가
더 필요했다.


아이의 눈높이로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단순히
몸을 낮추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속도를
아이에게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결과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수업이
조금 덜 나가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먼저 허락을 구했다.


아이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아이보다 먼저
흔들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교사에게도
어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완벽한 교사보다는
기꺼이
먼저 흔들리는 사람으로
교실에 선다.


교실에서

흔들린다는 것은

아이 앞에서 무너진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시 서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그 선택이

오늘의 수업을

조금 늦게

시작하게 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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