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비극> 6화.

비극이 얼굴을 갖게 되는 순간

by 신 작가 수달샘

어느 날부터
나는 교사가 아니라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다.


설명은
언제나 사건 뒤에 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무언가가 벌어지고,
그 다음에야
말이 따라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설명이 먼저였다.
사건은 그 뒤를
늦게 따라왔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기 전,
나는 이미 몇 개의 문장을
마음속에서 접어 두었다.


혹시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야지.
혹시 기록으로 남으면
이 정도가 안전하겠지.


그 문장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종이 위에 적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루의 가장 앞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나는 아이를 보기 전에
먼저
내 얼굴을 떠올렸다.


이 장면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이 선택은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지금의 침묵은
나를 어디쯤에 세울까.


아이의 눈보다
나를 바라볼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더 먼저 떠올랐다.


비극은
크게 시작되지 않았다.


문제가 터진 날도,
소리가 난 순간도 없었다.


다만
조금씩 바뀌는 내가 있었을 뿐이다.


아이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는 나,


확신 대신
조건을 붙이는 나,


마음을 말하기보다
가능성을 계산하는 나.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많이 조심하시네요.”


그 말은
위로처럼 들리고,
배려처럼 스친다.


하지만
이미 하나의 얼굴을
내게 씌운 말이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나는 그 얼굴 속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교실의 비극은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장면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도 없다.


교실의 비극은
사람이
서서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본인도 모르게
진행된다.


어느 순간
나는
나를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보다 먼저,
상황보다 먼저,
아직 오지 않은 질문보다 먼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변명처럼 준비된 말,
누가 묻지 않았는데
이미 고른 표정.


그때
알게 되었다.


이 비극이
이미
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내가 쓰고 있는 얼굴,
내가 연습한 말투,
내가 선택한 거리.


그 모든 것이

천천히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비극은
사건이 커서 생기지 않는다.

사람이 조금씩
다른 얼굴을 갖게 될 때,
비극은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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