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그만둘 이유는
충분해 보이는데,
왜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느냐고.
대답은
늘 애매해진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면
감정에 기대는 사람처럼 보이고,
일이 익숙해졌다고 하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떤 말도
정확하지 않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건
결심이 아니라,
쌓여 있는
장면들 때문이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며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순간이 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가
그대로
시작된다는 것만으로
숨이
조금 놓이던 아침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의 표정이 있다.
그 표정 하나로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던 순간들.
큰 사건 없이
잘 넘어간 하루가 남긴
작은 평온이 있다.
무언가를
해결한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마쳤다는 감각.
이 장면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성과로도,
평가로도
남지 않는다.
회의에서
언급되지 않고,
설명하려 하면
말이 부족해진다.
설명하려는 순간
의미가
닳아버리는 것들이다.
하지만 교사는 안다.
이 장면들이 자신을
다시
교실로 데려온다는 걸.
떠난 사람들은
용감해서
떠난 게 아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겁이 많아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각자가
견딜 수 있는 선이
달랐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이미 그 선을 넘었고,
어떤 사람은
아직 그 안쪽에 있다.
그 차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종종
내가
이 자리를 지키는 건지,
아니면
이 자리가
나를 붙잡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선택처럼 보이지만
습관에 가까운 날들이 있고,
의미를 붙잡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익숙함에 기대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이면
나는 다시
교실로 간다.
큰 이유는 없다.
다만 아직은
이 장면들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남아 있을 뿐이다.
비극은
사람을
떠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비극 속에
남게 만든다.
이 비극은
그만둘 이유가 없어서
생기지 않는다.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너무
조용하게
쌓여 있기 때문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