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비극> 7화.

그럼에도 교실은 다시 열렸다

by 신 작가 수달샘

비극의 끝에는
대개 결단이 있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떠나거나,
바꾸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럴듯한 이유 하나쯤은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교실의 비극은
대부분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아무런 선언도 없이,
아무런 장면도 남기지 않은 채,
그저 다음 날로
미뤄질 뿐이다.


다음 날 아침,
교실 문은 평소처럼 열렸다.


어제와 다른 점은 없었다.
책상은 제자리에 있었고,
칠판은 말끔히 지워져 있었고,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누군가는 먼저 와서
가방을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늦게 들어오며
숨을 고르듯 인사를 했다.


아무도
어제의 일을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위로인지,
망각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배려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하루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시작되었다.


나는 출근했고,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수업을 시작했다.


어제와 같은 순서로,

어제와 같은 말투로.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비극은
사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아무 일도 없게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그 다짐은
용기가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견딤이라기보다
유지에 가깝다.


그래서 교실의 비극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울음도 없고,
고함도 없고,
뚜렷한 결말도 없다.


다만
매일 반복되는 선택 속에서
조금씩
축적될 뿐이다.


오늘도 넘어간 선택,
굳이 묻지 않은 질문,
괜찮다고 넘긴 표정 하나.


그것들은
기록되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디엔가
조용히 쌓인다.


나는 그 비극을
안고서
다시 교실에 섰다.


영웅이어서도 아니고,
사명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이 자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떠나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었지만,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늘 그렇게
말이 되지 않는 얼굴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교실은
내일도 열릴 것이고,
나는 또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그 문을 통과할 것이다.



비극은
교실 문이 닫힐 때
끝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다시 열릴 때,
비로소
계속된다.


나는 여전히
초등교사다.


이 말은
선언이 아니다.
다짐도 아니다.


아직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말하는 문장이다.


교실의 비극을
모르는 채 서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비극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그 비극을 안고도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
되어 버렸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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