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석촌점) - 집 근처 사무실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생각해보면 다수의 미술관 (보안여관, 구하우스, 피크닉전시관), 촬영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서도 감도 있는 카페 (코사이어티, 33마켓, HOWS) 그 외에 책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공간들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 아크앤북 을지로점, 독립서점들) 들이다.
딱히 새로 생긴 공간들도 아니고 좋아하는 공간들의 리스트를 보면 나의 공간 취향이 뒤죽박죽인 듯하여 이런 공간 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뭘까 살펴보니 혼자 있어도 뻘쭘하지 않고, 심지어 이곳에 혼자 있는 나 자신이 좋아지는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조금 더 윤기 나는 문장으로 써본다면 - 자신 다움으로 강해지는 경험을 주는 공간들이다.
나는 자의에 의한 실직기간으로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휴식기를 몇 달 동안 갖는 중이고
그러다 보니 혼자서 평일에 기차도 타고, 카페도 가고 돌아다니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1인을 가벼이(?) 여기는지 경험하고는 한다.
내가 일찍부터 앉아서 똑같은 돈 내고 앉아있는 기차 자리에 출발을 기다리고 있으면
-혼자면 자리 좀 바꿔주시겠어요...?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던가
버젓이 1인 메뉴가 있는지 알고 왔는데
-2인 메뉴 시키면 받아주겠다는 식당에 봉변을 당하질 않나...
그러고 보니 사람 없는 카페에 혼자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있는 것 외에 (모든 서비스가 개인화되어 가는데 공간은 딱히) 혼자서 머물기 (+침잠하기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 떠오르질 않네.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과 동호회, 다수가 갑인듯한 틈을 비집고 아무튼 난 혼자 여기저기를 다닌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 많아졌고 자신에 대한 통찰의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가져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 예상을 뒤엎고) 안정보다는 불안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요즘은 조직밖에 있어서 그런가 몰라도, 스스로가 더 견고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더 많이 해서 더 그러하다.
조직에 대한 개념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특성을 뭉개는 것보다. 함께 일하면서도 개개인의 자신 다움을 잃지 않는 조직, 또 그런 유사 개념의 공간 등이 개인의 통찰이 있은 후의 시대에 지속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 조직과 공간을 만드는 것(속하는 것)에 대한 대한 고민을 한다.
‘당당하게 나를 지키면서도 협력적이고 조화롭게 살아가기’가
요즘 내가 지향하는 팀, 머물고 싶은 공간의 화두인데 말이지
공유 오피스와 스타벅스를 전전하다가 최근 한 달 동안 ‘집무실’이라는 공유 오피스 회원가입을 해서 이용하고 있다.
반나절 정도 한 공간에 있으면 지루함을 느끼는 터라 여러 지점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 파이브도 좋았지만,
영원의 장소(?)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공유 오피스 이용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시간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어서 바꿔본 것도 이유다.
(내가 이용하는 집무실 요금제는 월 33,000원에 pc방처럼 시간당 이용금액을 그날그날 후불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주로 집에서 가까운 집무실 석촌점을 이용하는데 이 공간은 거의 명상에 가까운 조용함이랄까.
한동안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공유 오피스들에 약간 신물 나면서도(맥주는 친구랑 술집에서 먹자고 좀.)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것의 나의 운명이라면 내가 적응해주지 라는 태도였는데 (에어 팟과 한 몸)
개인을 강조한 조용함과 비즈니스석에서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1인 맞춤형 제작 가구 등
이곳에 일주일에 한두 번 들러 2~3시간 정도 작업하는데 집에 가려고 에코백에 아이패드랑 충전기 등을 주섬주섬 챙겨서 이곳의 출입 문밖으로 나오면 뭔가 나 자신을 한층 두껍게 입은듯한 느낌이다.
(참고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MBTI 같은 검사를 하는 족족 매우 외향적이며 다수의 무리를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나오지만 어떤 네트워킹 중 저 멀리서 나를 알아보며 누군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오는 순간 집에 가고 싶어 지는 정도의 과하지 않은 외향적 성격 정도이다.)
좌석은 오픈된 좌석 (창밖을 보면서 일하는 모듈, 내부를 바라보면서 일하는 모듈), 고립되어 일하는 모듈, 반만 고립되어 일하는 모듈 등이 있다. 나는 주로 오픈된 좌석을 이용하지만 가끔 소리 없는 절규가 필요할 때 골방에 들어간다.
회의공간은 실로 구획되어있고 개인의 업무영역들이 옹색하지 않아서 아무 데나 앉아도 두 다리 쭉 뻗고 일할 맛 나는 스페셜함이 있다. 지금은 개인 작업하고 잡글 쓰고 이런 시간들로 보내지만, 조직에 속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커리어 디자인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나 자신 다움을 곤고히 하기 위해 퇴근 후 들르는 공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