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장소를 대할때 우리는

구국군광주병원

by 최지원

어쩌다보니 광주비엔날레 다녀온사람

해외여행이 몇년 막힌 까닭으로 어딘가를 찾아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그 여행본능을 어쩌지 못하고 국내지리와 숨겨진 장소들을 본인도모르게 학습하고 있다. 해외여행 피드로 꽉꽉 채우던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의 #경주 #군산 등을 보고 피식 웃고는 한다. 그래서 인가 나도 몇년동안 한번 가봐야지 허공에 떠도는 말만하며 미뤄 왔던 광주비엔날레를 올해는 어쩌다보니 비엔날레를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중에 하나가 되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메인전시관외에도 광주극장등 광주 도시의 여러곳을 둘러보며 비엔날레를 즐기 수 있게 전시장소들이 흩어져있는데 그중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시 - 메이투데이maytoday 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국군광주병원 옛터에서 진행한 전시와 장소를 기억해 두려고 한다.

국군광주병원 옛터, 장축이 400미터를 넘는 대지다


남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거죠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의 전시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전시등의 전위적인 현대미술을 연속적으로 보면서 피로감이 있었다. 캡션과 오디오가이드에 설명들에 쓰인 어휘들때문인데 다원적신화론 기술과 물활론적 동류.... 같은 한글로 써있는데도 한참을 생각해야하는 저런 단어들을 작품과함께 매치하면서 바라보느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체할 다른 설명의 단어들은 없는것인가. 나의 무식함도 한몫하지만 이런 예술적인것들은 이렇게 써놔야만 아무도 안읽고 가서 좋은것인지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남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것 이 확실 하다고 판명하며 지쳐가는 중이었고 이틀간의 꽉꽉채운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떠나기전 국군광주병원 옛터에서 하는 메이투데이전시에 관람 마지막 관람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것이었다. 어짜피 일행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거라 하나쯤 건너뛰고 그냥 맛집이나 갈까 했는데 기대이상의 큐레이션과 도슨트 투어 장소가 주는 강렬함까지 더해져서 한시간동안 무언의 감동을 느끼는 시간들이어서 마지막 전시관람의 근육량을 확보한 성취감이었다.

강렬한 아픔이 머물렀던 장소들은 고스란히 남아 그 사람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방식들을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아직 어떤 모습으로든 끝나지 않고 진행되며...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장소를 대할때 우리는

전시를 보면서 장소에 대한 의미가 계속 나를 압도해서 사실 작품은 깊게 들여다 보지 못했다. 이 장소는 일반적인 국군병원은 아니었고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체포된 학생들이 입원했던 병원이라 치료중에도 불려다니고 의사들은 환자를 보호하기에 힘썼던 치료의 현장이면서도 긴장의 연장 이었던 장소였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임에도 꽤나 오랜시간 방치되어 제대로 보존도 안되고 개발도 안되었던 흔적이 역력했고 그런 흔적과 전시는 꽤 어울리면서도 그저 감탄하며 돌아다니는 전시태도를 보여서는 안되는 시간들이었다. 역사적 아픔이 있는 장소를 대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감탄과 기념과 추모의 감정 사이에서 해야할바를 알지못하는 관람객들이 많이 생겼을텐데 국군광주병원은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고 바닥이 고르지 않은탓에 물리적인 제약이 생겨서 모두 조신한 걸음걸이와 행동거지로 전시장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전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냈다.


예술은 어디로 가는지

광대했던 광주 비엔날레 전시들의 생각해보면 다수가 사회적 약자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 사회적으로 얻은 트라우마를 개인이 감내하고 평생 치유해야하는 부분이 억울함 한도 초과인 소수의 편에서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작업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 한다. 순수미술은 항상 모든 사조와 트렌드에 최전선에서 생각을 이끌어 오지 않았나. 그럼 앞으로 내가 사는 세상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대변해주는 사람이 그저 좋은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세상이 되는건가 생각을 잠시하고



광주는 두번 세번간다

10여년전 첫직장에서 워크샵으로 광주비엔날레에 가본거 말고 광주에 대한 기억이 없는것 보면 광주는 제대로 가본적이 없는거 같다. 광주 송정역과 비엔날레 전시관 몇개를 보고 광주참 뭐가 없네, 하며 초라한 도시라고 생각했었나. 올해 만난 광주는 광주극장과 국군광주병원이라는 장소들을 만나게 되면서 깊고 날카로운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죽어있는 건물과는 상반되게 무섭게 살아난 자연, 초록이 저렇게 많은데도 문명이 닿은곳에서 스스로 울창해진 나무들의 모습은 생기있는 자연 이런말을 붙이기가 겸연쩍다.


앞으로 이건물은 어찌되는거지?

구 국군병원은 규모도 크고 관리의 어려움때문에 이번 전시기간이 끝나면 개인적인 방문이 어렵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은 두렵고 시린 고난의 대장정이었고, 그 과정을 되새기는 것 역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성찰해야 반복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기억하고 되새기는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과거의 역사적인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방식을 취하는 공간들은 홀로코스트전시나 도시재생사업의 흔적남기기등을 비롯해 그렇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양하게 현재의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과거의 희생이나 기억에 대해 글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보다 공간적, 물리적인 장치를 통해 과거를 더 진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이 장소와 건물은 보존가치가 높다고 여겨진다. 이 공간이 상시 전시공간이나 건물로서의 보존, 5.18 희생에대한 기억과 치유에 유관하게 쓰이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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