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그냥 멋진 공간'의 필요

인천 코스모 40

by 최지원

사람들이 최근 많이 찾는 공간들의 키워드

로컬 (또는 지역 출신의, 지역 고유의)

공장을 개조한 (또는 폐허, 재생건축)

플랜테리어

베이커리 카페


최근에 이런 키워드를 재료 삼고 배출한 공간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 키워드를 또 누가 이야기하고 있나 싶겠지만

코스모 40은 저 식상할 수 있는 4개의 키워드들을 재료 삼으면서도

수직 수평 사선으로 그어져 있는 선들 중에

멋지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환상적인 공간이라

굳이 나도 언급해본다.


디자인 실무에 오래 종사하다보면

디자인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기획의도, 운영의 타당성을 내포하는 키워드를 찾는다.

키워드는 곧 '디자인의 명분'이라고 바꿔 발할 수 있는데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명분 찾는데 이미 힘을 다 빼고 있기 때문에

아 그냥 말해 뭐해... 이건 그냥 '멋져'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코스모 40은 두 단계에 거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1단계에서는 기존의 창고 건물에 새로운 매스를 매달고 관통시켰고

2단계에서는 공간을 더 사용할 수 있게 수직 동선을 연결하면서 네온의 폴리들을 여기저기 만들었다.


코스모40 1단계(좌), 2단계(우) 이미지 출처 VMSPACE

https://vmspace.com/report/report_view.html?base_seq=NDgy

https://vmspace.com/report/report_view.html?base_seq=MTMzNQ==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를 연사로 초대했었다.

이 건축물을 이야기할 때 특유의 드라이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냥 기존 건축물에 새로운 건축물 관통시킨 거예요- 라는 식의 말을 했었던 것.

무심한 표현에 비해 결과물은 너무도 멋진 것에 감명받았던 때였던 것 같다.

(이런 태도가 멋있더라고, 대단하지? 내가 설계한 거 느무 대단해서 놀랬지? 같은 태도는 좀 안 멋있더라.)


아이디어 좋다. 인스타그래머블 하군 이런 공간들과

이런 멋진 공간에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멋져 미치겠다 라는 느낌은 조금 다르다.

하나의 건축물안에서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그냥 멋짐'을 생각해보는 시간이라 즐거웠다.

사진 촬영 스킬 과잉 사회에서 사진 찍는 거 좀 지겹고 리뷰도 식상해져 가는 시절,

오랜만에 내가 보고 있는 장면 하나하나 다 환상적이어서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느낌으로 찍었던 사진 몇 장 들

전체적으로 어두운 대공간, 그리고 구조를 지지하고 있는 기둥에 삽입되어있는 라인간접 조명, 구관(기존의 창고 건물)은 인공의 조명 어두운 조도를 유지한다.
1층 대공간은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카페 공간의 연장, 드립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수직 수평 사선으로 그어져 있는 선들 중에 멋지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음. 구조재, 난간의 격자, 외벽 마감 골이 만들어내는 수직선, 천정의 파이프들, 계단 난간의 사선들
채광창 밖으로 샹들리에의 불빛이 밤에 외부로 빛이 새어 나가게 배치하였다.
코스모 40 2단계에 생겨난 비비드 한 색상의 폴리들, 비상구나 수직공간을 연결하는 계단들이 눈에 띈다.
공장에 덧붙인 베이커리 공간, 기존 기둥을 감싸는 방식으로 외부 구조물을 연결해두었다.
감시실 창밖으로 보이는 2층 카페 공간의 풍경
기존 화학공장 중앙감시실 정도에 해당하는 공간을 남겨두었다.
2층 상부에도 기존 공장의 캣워크 공간을 방문객이 올라가서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게 조성해두었다.
새로 덧붙인 공간에 있는 가구들은 불투명 아크릴과 무광 금속으로 단순하면서도 공간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바닥에서 들어 올려진 그레이팅, 그 주변으로 만들어진 조경공간은 식물과 통로 모두 편안해 보이는 효과
내부의 어두운 조도와 자연광이 들어오는 카페 공간을 연결하는 계단, 참고로 계단과 바닥이 모두 그레이팅으로 되어있어 얇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는다면 굉장히 긴장하게 될 것 같다.


요즘에 지속적으로 운영이 잘되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살펴보면

디자인 기획과 운영 노하우를 두 가지를 모두 가진 플레이어가 직접 건물주가 되어 운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대의 중요한 화두인 로컬과 콘텐츠 등의 키워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지 그냥 보았을 때 멋진 것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쓰다 보니 그냥 요즘은 다 잘해야 하는구나

빠르게 용기 있게 멋있게 획일적이지 않게 지속 가능하게 활력 있게.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 중 공간에 대해 정립된 저의 생각을 조금씩 브런치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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