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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Dec 12. 2023

가정시스템 메이커가 도대체 뭐요?

잘돌아가는 가정시스템, 고가 사교육 안부럽다.

어린 아이들이 빽빽거리던 시절.

나는 집에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나갈 방법을 찾고 싶었다. 집앞에 커피마시러 나가는 것 말고, 친구만나서 육아의 힘듦을 토로하는 것말고. 그냥 나도 사회적인 존재로서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누군가가 말해줄 그런 외출에 목이 말랐다.


그렇게 엄마를 브랜딩 하는데 사명을 찾고 있는 지금은 스타트업 대표가 된 친구를 만났다. 그곳에서 ‘브랜드미’라는 프로젝트의 몇기에 소속이 되었고, 나를 표현할 한줄의 문장, 몇가지 키워드, 그리고 관심영역을 꺼내보라고 했다.







작가로 성공하고 싶었다. 박완서 작가님처럼 작품만으로 역사가 되는, 웨인다이어처럼 책 한권으로 100쇄를 넘게 찍는 그런 영향력있는 작가를 꿈꿨다. 김미경선생님처럼 남들에게 막 동기도 팍팍 주고 추앙받는 그런 자리에 서고 싶었다. 그들의 삶 뒤에 서 있는 수많은 노고와 피.땀.눈물은 보지 못하고 그들이 가진 영광만을 쫒던 시절의 나는 나를 찾지 못해 괴로웠다.


나는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전형적인 좁고 깊은 스타일의 사람이다. 뭐를 하나 집중하려면, 대단한 글도 아닌 글을 한편 쓸려고 해도 별의별것이 다 신경쓰인다. 같이 사는 남자는 내가 예민하게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면 눈치를 보면서 듣던 음악도 켜고, 아이들도 모두 조용해진다. 그런 내 성격이 싫었지만, 고쳐서 살 수 없으니, 예민한 만큼 기민하게 아이들의 마음에 남편의 영혼에 자주 접속하는 것으로 나름의 퉁치기를 한다.





결혼하고 약 10년간 나는 아이들 병원이나, 학교나, 또 이런저런 문서에 나의 직업칸을 채워야 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 단어를 소환해내야만 했다. ‘전.업.주.부’ 주부라는 단어가 주는 아줌마스럽고 뭔가 모르게 시대에 뒤쳐진것만같이 느껴지는 그 단어를 직업칸에 써야하는것도 싫은데, 그 주부를 전업으로 하는게 나의 직업이란다..


지금 이걸 주제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나서 블로그에 찾아보니 있다. (2020년이니 3년전인데, 그때도 여전히 장황했었군. 고치고 싶다 장황병..)

https://m.blog.naver.com/2939225/221982635910


그렇게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워딩, 전업주부대신 나를 칭하는 단어 ‘가정시스템메이커’ 누군가는 주방용품갔다고도 했고, 누군가는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라 거부감이 든다고도 했다.


소심한 나는 그들의 피드백에 바로 ‘그치, 좀.. 그래..’하면서 넣어두었던 그 단어를 최근에 독서모임 오프미팅자리에서 들었다. 어떤 분의 대단한 성과가 너무 대단해보여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칭찬과 박수갈채를 보내는 나에대하나 화답의 멘트 ‘스텔라님은 그 하기 어렵다는 가정시스템메이커 이시잖아요’ “헉... 이 말이 어떻게 돌아돌아 이 분의 입에서 나오는거지?“



그렇다.

나는 지금도 딱히 나를 설명할 직업이 없다.

그나마 가장 맞는것 역시 가정시스템메이커로서의 삶이 7할이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업주부와 가정시스템 메이커의 차이는, 내가 하고 있는 중심업무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있다. 전자는 가족들을 먹고 살고 자고 할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는데 있고, 후자는 가족들이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공동체로 살도록 기획하고 연구해서 당근과 채찍을 운영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실, 먹고사는 문제, 청소는 문제되지 않을 정도만 하고 산다. 그러니 전업주부는 능력이 안되고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얘들아, 인생이 뭘까?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우리가 어쩌다가 집이라는 한 지붕아래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살게 됐을까? 너무 궁금하지 않니? 라고 묻고, 듣지도 않는 아이들과 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엄마라는 권력을 사용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남편과 함께 꾸려가보기로한 길인 ’명문가 만들기‘를 위해 책을 읽고, 잘큰 가정의 아이들을 염탐하고, 때론 직접 가서 묻고 귀찮게 하고 이걸 싹 다 적용해보겠다고 아이들에게 일장연설을 하는 일이다.


그러니 그 주요업무를 설명할 말이 필요했고, 가정안에서도 분명히 ‘잘 된 시스템‘이라는게 있어야했다.


그렇게 도입한 것이, 가족이 모두 일찍 일어나 자신의 하루 플래너를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글쓰기 학원대신 네이버까페에 가족까페를 개설해놓고 돌아가면서 주제를 던지면 그 주제에 맞게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것. 일요일에는 모든 전자기계를 내려놓고 ‘디지털 안식일’을 실천하는 것.

등등의 좋은 레퍼런스가 쌓였다.


말하자면, 가정시스템메이커가 최씨집안에 쌓은 업적이라고나 할까? 이 업적의 장점은 생명을 내가 그린그림대로 키웠을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게 세상 그 무엇보다 의미있고 뿌듯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그 업적은 눈에 보이는 돈이나, 결과물로 바로 아웃풋은 없다는 것.



이런 장단점중에 나는 오늘도 장점에 내 마음을 모아본다. 비록 오늘 아침에도 나는 화를 냈지만, 그래도 글은 쓰기로 했다.


회장선거를 준비한다고 늦게까지 연설문을 작성하고, 세심하지 못한 엄마가 매운것을 먹여 아픈배를 움켜쥐고 성인용 판다 인형탈을 쓴 둘째 큰 아들에게도, 형을 돕겠다고 바니옷을 입고 이른등교를 준비하는 작은 아들 셋째에게도 “할려면 똑바로 하자. 엄마를 위해서 하는거냐? 동기부여가 없거나 안하고 싶음 그만둬도 돼!‘ 라며 모진 소리를 했고, 나름 잘 살고 있는 2학년 짜리 막내에게도 “책상에 짐쌓아두지 말라고 !!” 좋은 말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은 지하암반수에 넣어둔 마냥 폭풍 잔소리를 하고 나와 사실 지금 마음을 더러운 걸레로 닦은것 처럼 찝찝하다.




그래도 나는 오늘하루치의 할일을 향해 묵묵히 나가기로 했다. 다시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나와 내가 한 약속의 가장 중요한 부분. 이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꾸미지 않기. 아무리 가정시스템 메이커가 중요해도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주기. 아이가 잘 크길 바란다면 그 아이의 감정을 잘 헤아려 주라 하는데, 그들의 키워내야 하는 엄마의 감정은 누가 품어주나요? 나는 그 방법으로 내 오랜 친구인 글쓰기를 소환해 내었으니, 친구의 제1의 조건이자 마지막 조건. ‘진.실.할.것’ 에 다시 한번 선서를 하면서 가정시스템메이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은 다음 연재들로 풀어나갈 것을 기약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치의 할 일중 다음 할일인 운동을 하러 들어가야겠다. 차를 세워놓고 차에서 글을 쓰고 나니 손끝이 마비가 된 것 같지만, 아참에 악다구니쓰던 나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있다 오후에 만나면 아이들에게 사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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