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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Dec 11. 2023

 그러게, 왜 넷이나 낳았어요?

다시, 글을 시작합니다.


몰아치는 대출이자와 연이은 사건사고와 무서운 강남물가에 두손두발을 들었다. 가랑이가 찢어지기 전에 전격 후퇴. 아이넷을 짊어지고 미국에서 오자마자 정착하고 살던 곳 남양주로 찾아들었다.


그러길 9달, 이사한 집에 적응도 좀 됐고, 아이들도 학교생활에 젖어들어간 것 같으니 이제부터 나도 좀 잘 살아볼까 싶어 달력을 본다.


아..황당하게도 12월이다. 야속하게 어쩌면 그리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나이먹는 속도가 아이들 크는 속도보다 너무 빨라 때로는 이 애들이 모두 성인이 되는 날을 내 눈으로 보기나 할 수 있을까 싶도록, 가는 세월이 무색하다.


그리고 보면, 나에게도 인생의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흐르던 때가 있었다. 내림차순으로 현재 6학년. 5학년,4학년 그리고 2학년인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은 초등학생이라 여전히 손은 가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 7년전쯤.

큰 아이가 5살이고 그 밑으로 줄줄이 4세,3세,막내가 8개월이던 그 시절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그당시의 고통이 세포를 통해 그대로 올라와 나는 과거를 끝까지 떠올려 낼 힘도 없이 추억을 추억하다 포기하고야 말았던 때를 이제 겨우 지나왔다. 육아의 캄캄한 제 1의 터널을 지나오고 나니 내 마음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다.


말그대로 그 시절이 힘들었음을 조금은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때가 온거다. 어린엄마인 나, 영글지 못한 나, 건들면 터져버릴것 같은 원자폭탄의 모습으로 삼십대 중반을 맞은 나, 아직 내가 있을곳을 명확히 정하지도 못한채 엄마 그것도 네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나에게 그 시절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240시간처럼 흘렀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아.. 아침인게 정말 싫다. 삶이 싫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내가 싫고,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이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100%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그 누구도 원망받이를 할 사람도 찾지 못했다. 찾지 못하면 희생양은 그냥 그다. 이유는 없다. 희생양에 적임자란 있을수가 없지만, 난 그 누구라도 발견해 내야 했다.그저 가장 편한 존재이고 그 아이들의 씨앗을 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일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도 거친 나의 혀의칼에 몸과 마음이 베어나갔다. 그런줄 몰랐다고하고 싶지만, 사실이 아니다. 나는 알면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들과 하루를 버티려면 아주 작은 계획도 크게 생각해야 했다. 이를테면 분유를 기저귀를 간편하게 앱으로 시켜서 문앞에서 받아볼 수도 있지만, 볼일을 만들어서 외출할 스케줄이 하나라도 있어야 그 하루를 덜 길게 보낼 수 있어 나는 5,4,3,1세를 데리고 하루를 머다하고 외출을 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다시는 넋두리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이쯤되면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가 않다. 어둠을 털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글쓰기를 그만두고 나도 맑고 향기로운 글이라는 걸, 읽는이에게 도움이 될 글이라는 걸 쓸 수 있을때까지 글쓰기 안식년이라 스스로 정하고 약 9개월이 흘렀건만..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징징거림을 빼고는 도무지 쓸거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또 여전히..

맑고 향기로운 글쓰기 쪽엔 난 아직,

무용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누구는 그랬다.

발전하고 싶으면 잘못을 깨달으면 되고 깨닫자 마자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오면 된다고.


지금부터는 사남매를 키우는 고단함 말고, 왜 이런 고생을 아름답다 표현할 수 있는지 얘기할 시간이다.


습관성 밑밥깔기.


일단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먼저 드러내거나,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을 가득 드러내면 겸손이 미덕인 유교사상을 내 손으로 훼손하는것 같다. 또, 내가 진짜 자랑스러워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한없이 인색해야만 했던 나의 원가족 가풍에 반기를 드는 것 같다.아홉달만에 쓰는 글에도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부터 늘어놓았다는 어설픈 핑계로 조악한 글의 전반을 급마무리 해본다.




각설하고.


작금의 ‘핼.조.선’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남매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쉽지 않다라는 말속에 담기에는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왜냐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아이를 많이 낳고 책임질만 할 능력이 있거나, 물려받을 재산이 있거나, 그게 아니면 뭐 뭐라도, 여튼 뭐가라도 있으니까 이렇게 넷을 키우고 사는게 아니겠냐고 묻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할말이 있다.


믿는 구석? 은 없다.

정말 무식이 용감했다는 편이 맞다.

그래서 믿는 구석을 내 손으로 만들었고, 그 만든 믿는 구석인 공동육아자 남편얘기를 하고 싶다. 잘 만든 남편 하나가 열 친정, 많은 재산,큰 집, 좋은 차 하나 안 부럽다.

아니 솔직해지자. 많은 재산은 좀 부럽다. ㅎㅎ


부럽지만 그치만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기위해 투자와 실패와 고난과 눈물과 전쟁같은 쓰나미를 한차례 치르고나서 난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도 잘 하는 것이 집중했다.


체력과 깡다구는 있는 편이니, 연연연생을 낳았고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을 개발하는데 나의

30대를 거의 다 쏟아부었다.


그 결과 40의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나는 제법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은 딱 그만큼의 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계속 내가 쓰려고 했던 주제와는 다른 샛길을 가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원래의 길로 찾아오는 기술대신 그냥 맥락없는 결론성 문답을 하려한다.


왜 넷이나 낳았냐는 질문에

첫번째 대답은 ‘막연하지만 확실한 신념’ 왠지 그러면 좋을것 같아서.. 그렇게 해야 명문가를 만들고 싶은 우리 부부의 꿈에 시작이라도 판이라도 짤 수 있을것 같아서이고. 그게 뭐라도 내 “쪼”대로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내 맘대로 되는게 임신, 출산밖에 없어서라고 대답해야할 것 같다.


두번째 대답은 든든한 조력자이자, 나의 분신과도 같은 양육자인 남편이 있어서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두개의 밑그림 위에 우리 부부는 지난 14년동안 꽤나 많은 것을 그리고 있다. 사실은 결혼생활 전체 중에 앞에 10년동안은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그를 참여시키는 모습이었다.

그 중에 꽤나 성공적인 것도 있고, 그 성공 개수 곱절만큼의 실패도 있다. 우리 가족만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새벽기상과 공부, 가족까페에 매일 가족글쓰기, 일요일에는 디지털 안식일을 지키는 문화가 우리집안에서  잘 되어가고 있는 대표작들이고,


엄마표 영어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키우기는 현주소로는 실패쪽에 가깝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노력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사남매를 잘 키우기 위해, 내 하나뿐인 인생을 의미롭게 살아내기 위해 매일 새벽을 깨워 고민하고 또 적용하고 안되면 소리지르고, 좌절하고..

이 따위 의미있는 삶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삶, 그만두고 싶다고 꽥꽥거리다가 다시 정신을 챙기고 살아내려고 애쓰는 한 엄마의 고군분투 스토리가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모, 혹은 예비부모, 혹은 졸업한 부모 독자의 마음 한 구석이라도 울림을 주거나 따뜻하게 데우거나, 쟤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살만하다는 살실성인 위로라도, 그게 무엇이라도 도움이된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연재로 시작하는 브런치의 첫글을 발행해 본다.


망설임은 발행만 늦출뿐^^;;

오랜만에 새벽글쓰기 학교의 교장, 교도관의 스피릿으로 두 눈 질끈감고 발행버튼을 눌러본다. 웃기지만, 나름 그래도 출간작가인데.. 글은 아직도 친하지만 매일이 어렵다. 그게 이 친구의 매력인 것 같고, 이 매력에 매달려 오늘 하루를 오랜만에 작가답게 살아보닸다.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특별히 감사한 이유


이 곳 브런치를 애정하는 작가님들은 모두 공통으로 느껴지는 그것. 쓰는 것은 여전히  삶의 최고의 방편이자 친구임은 여전한 듯 하다.


친구야. .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기다려줘서 고맙다. 소원했던 시절만큼 마음을 더 꺼내서 진심으로 다가갈 테니, 우리 다시 친해져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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