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 사람이 되는 법.
나는 30년동안 쓰고 있다.
내 쓰기 생활에 대한 기록은 사실 내가 봐도 징글징글하다. 누군가는 입이 떡벌어진다 하고, 대단하다 하고, 광기라고 하고, 어떤 글벗은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를 제보하겠다고 했다.
9개월을 쉬었다가 다시 이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지만, 사실 공적글쓰기를 쉬었다 뿐. 이렇게 5년 다이어리와 매일 쓰는 다이어리 두개는 계속 채우고 있었으니 사실 광기와 집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만도 하다.
말하자면, 장작 30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고 산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뜻으로.. 이건 자신에 대해 가학적이거나 강박 사이코패스거나 엄청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거나 셋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세번째이길 바라지만, 가끔은 내가 나도모르게 첫번째 두번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가 모르는 내가 무섭기도 하다.
위에 언급한 ‘5년다이어리’가 무엇인지 모르실 분들,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해보면!!
(나보다 네ㅇㅇ이 소개에 더 능하니, 링크를 첨부해본다)
이 다이어리의 장점은, 나의 인생을 5년단위로 끊어 중기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해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머리 터질것 같은 고민이나 쓰나미에 쓸려가고 있는 내 감정 이게 내년 오늘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나쁜 감정을 씻어내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중요한 인생목표나 반드시 하고자 했던 일도 매년 리셋된다는게 문제니, 이 목표가 꼭 이루고자 하는 과업이라면 자주 기억을 떠올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것은 쒸레기같은 내 의지를 믿기보다는 ‘다이어리나 습관’ 같은 시스템이 의지하는 편이 훨씬 결과물이 좋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쓰는 다이어리는 투두리스트 용이나 플래너정도의 역할만 하고 긍정확언이나 목표, 감사일기는 5년다이어리에 작성하는 것을 다이어리 30년차 사람으로서 정말 강추!한다.
어쨌든, 내가 오늘 쓰고 싶은 주제는
“그래서, 글쓰기가
육아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
이참에 쓰고 살면서 내가 얻은 것도 잃은 것을 복귀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모든 선배들의 전문가들의 육아 책을 보면 ‘자신만의 엄마만의 세상,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있는 것으로 내 세상을 먼저 단단히 만드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 줄만한 내 세상은 무엇이 있나. 살피다 보면, 결국 글쓰기 밖에 남는 것이 없는거다.
사실 글쓰기는 돈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경험으로 글쓰기가 아닌 업을 찾아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도 9개월의 안쓰기 안식년도 가졌지만, 결국 다시 글쓰기다. 내가 잘하는게 이것인지, 이쯤되니 너무 오래해서 글쓰기가 나에게 자동으로 갖다 붙는건지 알 수가 없다.
꿈이 아직 없어서 고민인가?
내 혼자 꿈을 찾아 헤매는것 같지만, 알고보면 꿈도 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무리 싫다해도 밀어내도 이제는 글쓰기가 나를 계속 찾아오는 느낌이 오니 앞에 말이 이해가 된다.
나의 이런 고뇌를 글벗들이 해결해 준 글, 그래서 내가 더 나답게 자신감있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게 하는 힘. 바로 글쓰기에서 나왔다는 것을 글벗들의 이 댓글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
https://m.blog.naver.com/2939225/223017309568
아이들에게 부모는 우주고, 신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확신을 갖고 한번뿐인 인생에 어떤 인사이트를 넣어줘야 할까? 내가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자격이 있을까? 모든 부모라면 하고 사는 이 고민을 나의 영혼이 하는 질문으로 데려가 주는 도구가 나에게는 ‘글쓰기’였다. 누군가에겐 그 도구가 명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몰입하고 있는 사업이, 또는 운동이, 아이들에게 집밥을 잘 먹이는 것이 그 도구가 되지만, 그 무엇도 딱부러지게 잘하는게 없는 나에게 결국 남는 원씽은 ‘글쓰기’였다.
이 글쓰기가 모여 육아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보니, 적어도 이 글쓰기의 내공을 통해 ‘자기 확신에 찬 엄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대한 태도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큰 꿈과 삶에 대한 진실되고 성실한 태도만 심어주면 그 바탕에서 아이들이 잘 클 거라고 믿는 엄마의 이런 철학은 오랫동안 쓰고 방황하고 또 쓰면서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한 철학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지.
전업 작가로 살아볼까, 고민을 하게 된 일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얻어걸린 이 사건 덕분이었다.
영어에 한이 맺힌 엄마가 낳은 아이들이니 영어공부는 시켜야겠고 네 아이를 모두 영어사교육 시장에 내놓을 능력이 없었던 나는 역시나 책에서 답을 찾았고, 혼자 할 자신은 없어서 엄마표 영어의 코칭을 해 주는 기관인 ‘아이보람’을 다녔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영어에 자유로워졌거나, 어디 학원에 레벨테스트를 받으면 “어머, 살다 오셨어요?”이런 원장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아이들이 되지 못했다. 영어책 1도 읽지 않는다. 심지어 이젠 한글책마저도 일상에 휩쓸려 아이들의 손에서 점점 떨어질 참이라 “진짜, 이건 아니다!!” 싶어 올겨울방학 긴급대책을 세워보자고 남편과 아침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엄마표 영어 기관이 나에게 우연찮게도 ‘글쓰기의 능력’을 공공연히 인정받는 계기를 주었다. 글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고 쓴 적이 없었을 만큼 그저 쓰는 바보처럼 살기만 했던 나에게 이 기관이 주최한 공모전의 대상과 100만 원이라는 상금은 나를 새로 보게 해주는 큰 계기가 되었다.
https://m.blog.naver.com/2939225/222009026363
여전히,
글쓰기는 나에게 뭔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글쓰기는 육아와 닮았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도무지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에잇, 운명대로 되라지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쌓이지 않으니 또 기대할 미래가 없다. 그리고 인생은 그렇게 살면 노잼이다. 의미 없이 눈앞에 자극을 쫓아 살면 결국엔 재미가 없다.
그래서 글쓰기나 육아는 둘 다 과정을 사랑해야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오늘 아침에 어제보다 조금 더 큰 아들과 입맞춤에 웃고, 막내가 다녀와서 우유 사러 같이 가자고 한 소소한 약속에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행복해야 한다.
지금 이 글쓰기가 어떤 결과물, 출간 인세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글을 쓰는 순간 내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들, 사랑하는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 지는 마음, 또 이번 글이 혹이 첫 연재글처럼 조회수를 3000 터트려주면 좋겠다는 기대. (이것도 큰 의미는 없지만 기분만큼은 너무 좋아진다 ^^) 또 오늘 하루도 나의 마음과 생각을 내 손끝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삶의 주체성.
남편 수영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쪼그려 쓴 이 한 편의 글이 또 나의 인생 내공을 쌓는데 A4 한 장 정도의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 이런 과정을 즐겨야 오래 할 수 있다.
10달 가까이를 쉬었다가도 다시 글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나는 앞으로도 여태 30년간 해 왔던 글쓰기를 멈출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면.. 30년쯤 더 쓰면 세상에 이런 일이!! ‘60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쓴 할머니가 있대요’ 정도의 타이틀이면 그 방송에 출연할만하지 않을까?
웃기지도 않는 그런 날을 상상하다 보면 글벗들과의 추억도 생각나고 아이들도 이뻐 보이고, 이제 먹을 점심에 대해서도 더 맛있는 기대를 하게 된다.
글쓰기 시작했을 때의 스트레스와 발행을 누를 때의 뿌듯함이 싸우면 늘 뿌듯함이 승리한다.
그래서 이 글쓰기가 주 마음의 미소가 오늘 하루치 내가 기분 좋게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의 다이어리를 공개해 달라했던 민아 님께, 징글징글하다는 표현을 써주신 제주향기님께, 또 세상에 이런 일이 제보하겠다는 솜작가님에게 오랜만에 글을 공유해야겠다.
다시, 글 뿜뿜 시작해 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