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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Dec 14. 2023

400만 원짜리 새벽기상.

가족들이 모두 새벽공부를 합니다.

우리 가족의 평일 평균 기상시간은 6시 15 사이에서 6시 30분이다. 이걸 시작하게 된 것은 경위는 간단한 듯 복잡하다.


나는 네 아이를 키우는 중에 나를 놓고 싶지 않았고 무엇을 할지 몰라 그동안 제일 친숙하게 해 왔던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었다. 연재글 바로 앞편에서 언급했듯, 엄마표 영어를 시도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나의 우울탈출구이지, 유일한 절친이었던 공적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 관심은 적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일로 이어졌다.


글은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아니 아이들 모두 유치원, 학교를 가고 나면 시간이 없다고만은 볼 수 없었지만 낮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치열하게 살지 않는 시간에까지 뭔가를 해야 하는 내 인생을 만들고 싶지는 않고, 아이들을 힘겹게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도 ‘널브러지거나’ ‘좋아하는 일’ ‘에너지를 릴리스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그런 일이 잡히는 아무 책이나 들고 집 앞에 카페에 앉아 저렴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는 일, 거실에 몸을 부리고 잠이 오면 자버리는 일, 혹은 꽂혀있는 운동이 있는 주간에는 그 운동을 하는 일이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무언가 ‘너무 좋아하지만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일이었고 이 일을 사랑하기에 신성하게,, 널브러지지 않은 시간대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벽시간만이 나에게 허락되었다.


그렇게 나 같은 마음을 가진 부모, 가끔 예비부모가 모여 글벗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벽마다 글을 썼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고 나를 많이 치유했고, 육아의 힘든 구간을 그 모임덕에 정말 잘 헤쳐 나왔다.




하지만 집안에도 관리대상이 많은 나의 업이 새벽에도 글벗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새벽글쓰기 모임에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3년 차부터 치유나 힐링의 시간보다 부담의 시간으로 느껴지면서, 이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모임을 쉬게 되었다.


그런데 이 새벽에 글을 쓰고 공감하고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게 이렇게나 좋은 일인데, 이건 흡사 마약과 같아서 그 시간과 사람들은 그립지만 나는 다시 할 힘을 내지 못할 만큼 일상에 치여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인생을 걸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에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더 이상 모임의 교도관으로 머물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대. 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이 글벗들의 범주를 나에게 돈을 내고 가입하는 대상이 아닌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로 잡는 거다.

안 그래도 학원이 교육의 답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기에 자기 주도적인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데, 딱히 이들을 한 곳으로 집결시킬 구심점이 없던 찰나에.

새벽에 깨워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시뮬레이션하게 하고, 플래너를 쓰고 그날 해야 할 공부의 한두 가지라도 하고 등교를 하게 하는 것.


아침에 글 한편 쭉 빼어 쓰고 나면 그렇게 남은 하루가 통째로 뿌듯하고, 하루를 두 번 사는 것 같은 그 기분을 우리 집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남편은 나의 새벽글쓰기 모임이 16 기수 진행되는 동안 약 4년을 제1의 멤버로 활동했기에, 1호 글벗의 노하우가 쌓여있었고 이 좋은 것을 세포개수단위만큼 함께 공감하고 있었기에 이런 나의 ‘가족새벽기상 출사표’에 한마음으로 돕고 서포트를 해주었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덕에

큰아이는 초등학교만 4번의 전학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도 많이 연출했음에도 우리 집 아이들은 건강한 인싸로 잘 크고 있다.


어느 아이는 전교회장을 출마하고, 셋째는 전학한 학교에서 바로 반장을 했고, 막내는 벌써부터 엄청난 돈을 벌어서 엄마의 꿈인 부모학교에 후원하겠다고 큰 소리를 친다. 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학원 레벨테스트 같은 것도 제대로 받은 적 없는 순수무결의 아이지만 상담 때 담임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학습과 생활 모든 면에서 상위 1~2%의 우수한 아이들이라고 입을 모아 말씀해 주신다.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부모력으로만 키우는 아이들에 대한 지인들의 질문에 ‘그러게 우리 아이들, 평범한. 부모인데 왜 이렇게까지 잘 커주고 있는거지?’라고 되묻다 보면 그 답 끝에는 우리집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인 ’새벽공부‘라는 답이 있다.


이게 우리 모든 삶을 대변해 주지는 못하지만, 습관중에도 모든 습관의 중심이 되는 ‘코어습관’이 있듯이 우리가정에도 우리가정의 구심점이 되는 ‘코어시스템’이 있다면 그게 바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새벽기상, 새벽공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신문에서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초등학생 1명기준 120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농구나, 피아노 그리고 필요한 공부에 대한 학원은 다니고 있지만 그 평균에는 훨씬 밑도는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비를 아끼고 있는 금액이 적어도 한 아이당 100만원이란 뜻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정도 자신의 하루를 먼저 계획해 보고 가장 땡기는 공부 한두가지를 하고 등교하는 습관을 돈으로 환산하면 4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좋은 기분이 그 어려운 아이들 새벽에 깨우기.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좋은 습관을 계속 세포속에 심어주기를 계속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


돈이 있어야 아이를 잘 키울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에 엄마의 정성과 좋은 습관심어주려는 부모의 노력이면 돈보다 더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내일도 가족새벽기상을 행복한 마음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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