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온라인성지가 있어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입시의 관문 수능이 끝나고 연말이 되었다. 어떤 수험생은 지난 10년 이상의 노고를 칭송받고 만 끼 하는 연말일 테고, 어떤 수험생에게는 재수냐, 대학포기냐, 적당히 맞춘 입시냐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쓸쓸한 연말일 것이다.
마흔이 훌쩍 넘어 네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의 나도 여전히 20년도 더 된 수능날 이후의 그 쓸쓸함이 생생히 전해지는 것을 보면, 인생의 크고 작은 굵직한 일들 중에 아주 굵직한 어찌 보면 처음 만나는 가장 센 인생의 고난이 대입과 수능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나의 지난 수능과 입시의 고됨보다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어떤 겨울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때가 됐다.
아직 멀었다면 멀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인생은 늘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만큼 수능의 난이도나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해 러프하게라도 관심을 갖던 중 이번 수능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2024년 수능 국어가 진학의 바로미터>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2260427?sid=102
영어와 수학으로 중고등 내내 싸워도 결국은 국어를 가진 사람이 승리의 깃대를 가진다는 내용들의 기사가 각 언론을 통해, 또 수능을 치른 엄마들과 학생들의 입을 통해 들려온다.
현상은 그러하다면,
이 현상에 대비해야 하는 나의 태도는?
나에게 질문을 걸어본다.
너희 아이들의 국어는 안녕하니?
실은 알 길이 없다. 아직 초등학생인 네 아이의 문해력을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테스트해 본 적도 없고 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객관적인 성적이나 지표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논술학원이나, 글쓰기 혹은 문해력을 키울 그 어떤 기관을 태울 여유도 마음도 없다.
이 고민을 사실, 영어교육과 함께 오히려 영어나 수학보다 더 일찍 오래 고민했었던 터라 우리 집에는 다른 집에 없는 또 다른 좋은 습관시스템이 있다.
바로 ‘가족글쓰기’다.
막내가 한글을 겨우 떼었을 때쯤 아빠가 카페를 개설했다.(아빠의 지분을 드리기 위해, 그리고 나보다 더 잘하는 남편을 활용하기 위해 까페를 만들어 달라고 전략적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그곳에 짧은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한 줄씩 댓글 다는 것으로 만족했던 아이들이 한 달, 한해 커가면서 생각이 커가고 그것에 맞게 글 쓰는 수준도 문장도 높아진다.
중간에 몇 번씩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쉬면서 휴면상태가 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다시 ‘우리 요즘 가족글쓰기 안 하네요?’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다는 것이 첫 번째로 좋은 점이다.
언제든 다시 글쓰기로 끌어들일 온라인 깔때기가 있다는!! ㅎㅎ
두 번째로 좋은 점은 아이들의 숨은 생각을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이 말을 잘 알지만 사실 어른들도 내 안에 어떤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모른다.
이건 마치 내가 우리 집 전담 요리사이지만 냉동실에 뭐가 들었는지 다 모르듯이 말이다. 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단 다 꺼내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내 머리와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을 꺼내보는 거다. 냉동실 문을 열어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다 잡아 꺼내듯, 내 머릿속의 생각을 꺼내는 도구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
어렸을 때는 논리와 지식보다는 아이들 감정을 공감해 주고 접속해 주는데 집중하라고 교육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공부는 차라리 결과가 보이기나 하지 감정이나 숨은 생각을 꺼내 맞춰주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글을 한 줄이라도 몇 문장이라도 쓰다 보면 쓰는 아이들 본인이 자신이 하고 있었던 생각에 놀라기도 하고, 얽혀있었던 고민이 정리되어 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부모는 이 흐름에 맞춰 적절한 반응을 이끌어 주면, 가족글쓰기는 더 이상 해야 할 체크리스트나 공부가 아닌 즐거운 가족대화의 연장선상이 되는 것이다.
영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야심 차게 끼워넣기를 했던 영어글쓰기. 아이들의 번역앱 쓰는 실력만 늘고 나도 계속 주제를 주고 피드백을 해주는 일이 버거워 은근슬쩍 사장되어 가고 있지만, 겨울방학을 필두로 다시 불지펴 볼까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모든 글쓰기의 문화가 우리 가족끼리는 재미있는데 아이들의 수능국어실력과 어떤 상관관계까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 해도 입시에 도움이 되는 인생만을 살 것은 아니다. 입시를 시키려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려놓은 아이로 키우려는 의도를 먼저 내세운다면 그게 아무리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해도 구 마음을 크게 경계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미음먹은지 며칠 안 됐다 ㅎㅎ)
어쨌는 나의 큰 육아철학은
아이는 그 존재자체로 사랑하려고 낳았고 함께 사랑의 언어를 최대치로 쓸 수 있는 존재로, 어제보다 오늘 더 크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부모의 참된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족글쓰기를 시작한 것이고, 이 글쓰기 까페는 아이들과 함께 계속 성장해 갈 것이고, 각자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할 때도 우리 가족의 이름으로 묶인 채로 우리를 든든히 지켜줄 추억과 기록의 장이 될 것이다.
https://m.blog.naver.com/2939225/222181469323
https://m.blog.naver.com/2939225/222002195394
어제 우리 가족의 새벽기상 습관을 돈으로 환산하면 400만 원짜리라고 했는데, 글이 돈이 되지 않으니 내가 하고 있는 가정시스템을 돈으로 환산해 보는 일에 재미가 붙었네 ㅋ
오늘 주제로 쓴 가족글쓰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국어논술학원 플러스 웅변학원 (글 쓰고 가끔 발표도 한다 ^^) 그리고 소장가치, 이 아이들이 훌륭하게 컸을 때 기록의 성지를 남을 미래가치까지 포함해..
한 명당 200만 원 상당의 가치, 남편도 그 정도의 성장은 글쓰기로 했다고 보이니 남편까지 5명
옛다~
200 * 5 =1,000 천만 원인닷!!
와! 내 소원 쓰기 노트에 늘 ‘월 천만원 인세소득자’라고 쓰여있는데.. 나 이미 1000만 원 벌고 있는 녀자였네??
이런 자기 위안이 옛날엔 씁쓸했는데 이제는 꽤나 재밌고 진심으로 웃어지는 것을 보니 둘 중 하나다.
해탈했거나, 메타인지를 완전히 놓쳤거나... ㅎㅎ
어쨌든, 논술학원이나 아이 국어실력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강추하고 또 강추하고 싶다. 지금 당장 까페를 하나 개설하고 개설자부터 첫 글을 한편 쓴다. 그리고 그 글에 가족들이 댓글을 달면 용돈을 주든, 치킨을 사주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해준다.
그렇게 디지털 글쓰기의 세계로 아이들을 유인할 수 있다. 어차피 스마트폰을 뺏을 수 없다면 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머리를 쓰는 게 이 사교육이 범람하고 공교육은 갈길을 잃은 교육황무지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가 취해야 할 참된 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