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호작가님, 아버지에세이 공모전 은상 입상하다
최근 운영중인 100일간의 새벽글쓰기방 글의새(글로의미찾는 새벽)가 들썩였다.
작년가을, 새벽글쓰기의 걸음마 모임 시작부터 함께한 글벗 1호님이 '아버지에세이 공모전'에 은상으로 거금(?)의 상금과 함께 입상소식이 전해진 거다. 글벗들의 축하갈채와 함께 한바탕 떠들썩 누가보면 멘부커상, 퓰리처상 수상자라도 탄생한것처럼 유별난 축하인사와 쏟아져나왔다. 겸손이라곤 눈 씻고 보아야 겨우 보이는 그의 자신감 성향답게 당선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한우 한박스씩 글벗님들 댁에 보낸다고 '호언장담' 이 말을 듣는 이들은 이미 받아먹었다며 너스레를 떨어주는 호흡까지 척척이다.
"남편이 글로 벌어온 돈이라니, 스텔라님 목이메어 고기가 넘어가시겠어요?"
사실 나는 그 고기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마음속 깊이 숙연하고, 감동받고, 감개가무량하고, 사는 보람이 세포단위로 느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기뻤던게 사실이다.
이 '공모전 입상'이라는 소식은 나를 2년전 기억으로 데리고 간다.
그와 결혼 후 11년째 나는 그가 벌어다 준 돈으로 산다. 돈벌이와 크게 인연이 없는 나는 다행히 그런 그의 능력덕에 글이나 쓰고 맘편히 내면의 아이를 찾아가며, 그야말로 '배부른 고민'을 꽤나 떵떵거리고 하며 살았따. 그렇게 네 아이를 앞세워 당당함을 씌워 가정을 꾸리는 일을 해왔지만 내 마음 한켠은 항상 충치먹은 이처럼 시릿시릿했다. 내가 배운게 없냐. 가진게 없냐. 얼굴이 못났냐. 성격이 모났냐. (성격은 쪼금 그렇긴 한데..) 진정코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의 내 밥벌이 못할 정도의 나인가? 난 왜 돈을 못벌지? 네 아이를 낳은건 어짜피 사회생활로 인정 못 받을 바에야 애라도 많이 낳자! 너 애 많이 낳은거 이런 말도안되는 반감에서 아니야?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이런 내 안의 아우성으로 참 힘든 10년의 전업주부 시간을 보내왔다. 그 사이 수많은 도전을 했고, 좌절했고 또 꿈꿨고 또 무너짐을 반복하다가 불혹의 나이, 모든것을 놓아야 하나? 하는 순간.
다시 나를 글쓰는 사람으로 소환시킨 사건이 생겼다. 아이들 집에서 엄마표로 영어시키겠다고 시작한 기관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대상으로 입상하면서다. 타인에게 초등학교때 글짓기 상 이후로 '글로 인정'이라는 것을 거의 처음 받아 본거다. 떨어진 자존감을 찾아 바닥만 쳐다보며 걸을 때 있었던 일이라 더 행복했고, 그냥 상이 아니라 나의 오랜꿈인 '출판'이 조건부로 걸린 대회였으며, '상.금'이 있었기에 더더욱 기뻤던 일.
100만원의 빠빳한 돈이 담긴 봉투를 내용물도 확인하지 않고 남편에게 통째로 전달했다. 그가 한번씩 나에게 '목돈'을 쥐어줄 때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 감사함을 언젠가는 거꾸로 갚고 싶었고 나도 생산자로서 살 수 있다는 것 나도 돈이라는 것을 벌어올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사회가 보여준 것 같아 내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이를 자랑하고 싶었는데, 그 수단으로 내가 결정한 방법은 그에게 통째로 주는 거였다. 주변 지인들은 '그걸 왜 남편주냐. 스스로를 위해 당당하게 써라' '남편은 그거 아니라도 비상금이 있다''쓰기 싫으면 나줘라.' '진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저금해놓고 두고두고 간직해라' '남편이 그 돈 없다고 못살지 않고, 크게 의미없이 지나가버릴수도 있다' 이런저런 말 많았지만, 난 그냥 그렇게 했다. 나만 알고 있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 돈 봉투를 확인도 안해보고 멋지게 그냥 확 줘버리는 일. 내가 받았던 신뢰와 감동을 이렇게나마 반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나에게 던져 모든것을 맞추고 살았던 것에 대한 화답으로는 0이 두개가 더 붙어있다해도 약소했다.
그 공모전이 기폭제가 되어 다시 글쓰는 사람이 되어 지금을 살고 있은지 2여년이 지난 지금.
2년중 1년을 새벽글쓰기의 정규맴버, 1호맴버로 성실하게 글을 써온 그다. 출장가도 쓰고, 눈이 와도,비가와도 쓰고, 전날 업체와 술자리에서 떡이 되게 술을 마시고도 쓰고, 랩탑없이 갑자기 간 라운딩에서 손가락으로 핸드폰으로 쓰고 그야말로 개미처럼 매일매일 쓰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그런 그가 아직도 신기하다. 약간의 노력에도 바로 '이건 어떤 성과좀 없나?' 하고 바로바로 성과를 바라는 나의 입장에서 댓가도 없는 그런 글을 어쩜 저렇게 매일 쓸까. 와이프가 하는 모임에 우연찮게 발을 들이긴 했지만 어쩜 저렇게 우직할까? 보이는 답이 있긴 했다. 함께 하는 글벗들과의 찐소통이 그들의 인정과 공감이 계속글을 쓰게 만들긴 했을게다. 나 역시 그 힘이고 다른 글벗들도 이건 마찬가지일테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제는 글독립해도 되겠어요'라고 눈치를 줘도 엉덩이를 딱 붙이고 새벽글모임에서 발을 뗄 생각이 없는 그다.
그러더니 최근 브런치 작가에 한번에 딱! 나도 세번떨어진 이곳에 보란듯이 등단을 하더니 불과 한달만에 '공모전 입상'이라는 쾌거를 보여준다. 그의 행보와 함께 1년 가까이씩 글을 써온 글벗들, 그의 글린이 시절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주었던 글벗님들은 그런 그의 소식에 자신의 일인양 기뻐하는 것이고, 나는 그가 구워준 고기에 목이 메는 거다.
사실, 돈벌이 경험으로 치면 근로소득이 없다 뿐이지, 내집마련을 위해 시작했던 돈공부로 넷째 임신시절을 거의 보낸 나는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했다. 그도 프로젝트 있을때마다 커미션이나 목돈으로 큰 돈봉투를 나에게 척척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돈 30만원의 두께는 부동산이 주는 억단위의 돈과 프로젝트가 주는 천단위의 돈도 그 의미를 대신할 수 없다. 30억을 벌어왔다해도 그의 공모전 30만원이 주는 행복감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쓰자마자 후회되지만 교도관의 자존심으로 고치지는 않겠다ㅎㅎ)
나에게 사랑의 언어는 그런것이다.
그가 느끼지 못하는 저 속에 있는 그의 영혼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그 영혼이 하는 말들을 듣고 싶었다.
그 영혼의 말은 글을 통해야만 나올 수 있다. 짧은 말이나 언어가 주는 한계를 벗어난 깊은 심연이 하는 말, 그 속엔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했고 매일 꺼내보여주는 그의 마음은 멋졌고, 나는 그런 그의 글이 좋았다. 시작은 '부부브랜딩'을 한번 해보자. 나의 꿈인 '부모학교'의 모는 내가 해도 '부'는 당신밖에 할 수 없으니 함께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번 해보자로 시작했다가 지금의 나는 그의 글발행을 기다리는 열혈 1호 독자가 됐다. 사실 모든 가정을 '부부관계의 회복'으로 어디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까? 이것이 부모학교의 전신이고 우리부부가 유별나게 새벽을 깨워 이 일을 하는 동기부여긴 하다. 허나 이런 거창한 소명은 제껴두고서라도 늘 새로운 소재로 재미난 대화하면서 같이 늙어가고 싶은 강한 열망때문에 함께 꼭 글을 쓰고 싶었다. 이왕이면 많은 이 시대의 부모들과 같이 놀면 더 재밌고 좋겠는데 경험과 상황이 모두 다른 사람들과 공통의 케미를 재밌게 엮을 도구로 책과 글쓰기만한 것을 아직 발견 못했다. 그 터전과 시스템을 만들고 싶고, 그래서 매일매일 뭔가를 열심히는 하겠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 어쩔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앞으로도 매일 새벽 글을 쓸 것이고, 글을 쓰다말고 논쟁이 터지면 이말저말 아무말 대잔치를 주고 받을 것이고 그러다가 글감을 또 얻어 다음날 글을 쓸 것이고 그 글들이 우리를 더 사랑하게 만들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글쓰기는 사랑이다. 사랑은 완전한 책임이고. 완전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뇌와 마음과 능력과 외모를 넘어선 그 진짜 내면, 영혼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소울메이트와 글쓰기메이트가 되면 이 두개의 연합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우리 글벗들과는 글쓰기 메이트로 시작했을 뿐인데, 어느덧 소울이 서로를 알아보고 진짜 마음을 내주고 받으면서 지상최고의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학창시절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마음을 전할 친구를 찾아 헤매이지 않는다.
글벗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라 하신다. 깊어가는 가을 속절없이 또 코끝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