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을 다 가진 샤이관종 막내, 유치원 졸업하다.
어제 막내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네 아이중에서도 유독 나의 어린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막내딸은 우리 가족 중에 유일하게 오행을 다 가진 아이다.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집 네 아이들의 케이스를 견본으로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와중에도 엄마는 자식이 가진 기질 자체보다는 내 것과 내 남편것을 주로 들여다 보곤 하지만 어제처럼 아이가 특별한 날을 맞을 때면 나도 특별하게 그 아이를 생각해 보게 된다.
연연연생인 아이들 덕에 3년 연속 졸업식을 보내고 잠깐 1년 쉬었다가 다시 맞은 유치원 졸업식. 병설 유치원이라는 학교 비슷한 빡센 유치원 기관은 막내만 겪은 프리미어 월드였다. 엄마의 기관선택의 기준은 항상 한결같이 언제나 "얼마나 오래 머물수 있느냐?"가 먼저였기에. 입학시키고 나서 이내 후회했지만 막내니까, 뭐.. 이런 마음이 나를 응원해 줬다. 난 그 응원에 속았고. 일단은 금방 뒤돌아서면 데릴러가야 하는 시간이 오는게 제일 불편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니 결국 졸업식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이와 함께 나도 그 지난했던 유치원 부모 생활을 접었다. 다들 이럴때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하던데 나는 사실 섭섭함은 없고 시원함 그리고 대견함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곧 이어 50일이라는 기나긴 방학동안 이 아이와 어떻게 지지고볶고 잘 지낼까? 아직 그 대책은 없기에 막막한 중이기도 하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학년 사이에 딱 낑겨서 두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날라리 놈팽이'를 떠맡을 이 아이의 글자를 풀어보니 재생관살, 식신제살, 식상상재 등의 격국이 나온다. 어려운 말이라 이 분야는 아직 하나씩 뜯어 공부를 하는 중이고 그 와중에 눈에띄는 빵터짐 격국이 있다. #사람은모이지만 대장은 아님 하하하 딱 우리 막내를 표현하는 한줄이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욕심도 많아 오빠 언니들에게도 한마디도 지지 않고 리더십도 있는것 같지만 멍석을 깔아주면 부끄러워하면서 자꾸 내 뒷춤에 숨던지 쥐구멍을 찾는 아이.
뭔가 자신을 막 드러내고도 싶지만 자기 차례가 오면 부끄러움이 하고 싶은 마음보다 앞서서 쉽게 뭔가를 할 수가 없다. 요새 말로는 샤이관종이라고 하던데.. 암튼, 다른 아이들은 그래. 내가 너 낳고 키워봐서 알지. 딱 봐도 그거인줄 알았어!! 할 수 있는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막내것은 아마도 오행이 고르게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재생관살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관을 살리니 직장이나 기관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 한다. 이는 또한 재물에 욕심이 많고, 단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도 하고. 누구나 그러지 않겠냐마는 이 아이는 재성이 정말 강성이다. 누구든 이 아이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쉬울것이다. 왜? 돈만 쓰면 되니까. 처음엔 에이 설마.. 했던 마음이 내가 원하는 것을 사주었을때와 아닌 때로 구별해보면 그렇게 확연하게 드러날 수가 없다. 아이에게 넘치게 쓸 재물도 마음도 없는 엄마에게는 진작에 그 부분은 포기한 것 같은데,
잘 하면 넘어와주고 설득되는 아빠는 그야말로 막내딸의 마흔살짜리 장난감 사주는 장난감이다. 항상 그녀의 꼬득임에 넘어가 돈과 장난감 완구류를 사주고 몇 분 안가 팽당하고 "나!! 쟤 버릴꺼야. 다시는 안속아!!" 하고선 내일이면 그 일을 계속 반복해온 남편이 안쓰러워지는 구간이다.
첫째의 유치원은 남양주에서 졸업을 시켰다. 둘째와 셋째는 동대문구.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동네.
첫째와 둘째는 미국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셋째와 넷째는 남양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 영도 출신이고 나는 경북 예천 출신이다.
이 여섯이 과연 어떤 우주의 기운에 의해 30평도 안되는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서 지지고 볶는 일상을 공유하게 된걸까?.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어떤 작용이 일어나서 나타난 결과일까? 아니면 만나고 행하는 것에 따라 바뀌는 운명의 지도일까? 명리학을 공부하면 할 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맑아짐은 느끼지만 더 거대한 질문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할 수 없다.
세월은 모두 지나고 나면 빠르다. 오늘 아침 동계훈련을 가야 하는 셋째가 아빠도 없어서 버스를 타야 하니 서글펐는지 패드를 켜고 놀고 있는 동생을 부러운 듯 보다가 한마디를 기어코 하고야 만다.
"슬아야, 너는 좋을 때인줄 알아라" 며. 그래서 내가 물었다 "너는 너가 유치원 다닐때 좋은 때인줄 알았느냐?"고 물으니, 그땐 몰랐단다. 엄마도 지금 43살인데, 40이 아직 안 된 사람을 보면 시간이 많아 얼마나 좋을꼬 싶어 그게 부럽지만 50살 되신 분이니 엄마를 봤을때 이 나이가 얼마나 좋아보이겠냐고.
그렇게 내가 누리는 것을 깨닫고 지내기가 힘든게 인생이라고, 이걸 알면 인생을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게임처럼 즐길 수 있을꺼라고 말해주면서 어깨를 툭툭 치고 함께 나섰다. 엄마의 잠깐만~~ 인생 교훈 훈화가 와 닿았나? 지갑을 안 들고와서 동동거리는 엄마에게 버스카드를 쿨하게 찍어준다.정말 세월은 하루만 더디고, 어느 순간에만 잠시 머무른 후 쏜살같이 지나가나보다.
지나고 보니 어느새 막내인 쟤가 뭐했다고 학교를? 싶을만큼 의아하지만 하루하루를 뜯어서 보면 그렇게 많은 말들과 행동과 감탄과 추억을 딛고 딛고 오늘을 만난거니까. 아이마다 기억하고 싶은 반짝이는 순간이 많지만 막내는 유난스럽다. 말도 어찌나 빨리 배웠고 재밌게 하는지..
하루는 남자친구를 너무 자주 바꾸는 탓에 유치원에 가려 신발을 신는 아이에게 아빠가 퉁을 줬다.
왜? 00 랑 안놀고 오늘은 또 00랑 꽁냥꽁냥하러 유치원 가니? 그랬더니 막내 딸 대답.
"아빠는 참~나, 무슨 유치원을 꽁냥꽁냥 하러 가는 줄 아냐요?? 그리고 어짜피 유치원엔 침대도 없다구요"
엥?... .... ... 그 순간 우리 둘이 눈이 마주쳤으나, 그 누구도 첫 말을 쉽게 떼지를 못했다.
꽁냥꽁냥은 침대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구나.... 근데 그때 그거 아니라고 말해줘야 했었나? ㅋㅋㅋㅋㅋ
암튼, 네 아이가 모두 초등학생인 새 시대가 열렸다. 인간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건지 우주는
1월과 2월이라는 긴 겨울 충전의 시간, 혹은 형벌의 시간(?) 을 주었다. 이 시간 써 먹기 나름이겠지.
오행의 다섯글자가 아무리 골고루 잘 있어도 이것을 못 써먹으면 안 좋은 팔자가 되고, 좀 모자라게 들어있더라고 나를 생하게 하고 극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줄 알고 이를 잘 써먹으면 좋은 운명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명리학의 대 전제처럼 말이다.
막내야, 유치원 졸업 축하해. 그리고 스텔라, 일호작가도 축하해.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