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차 육아일기
임신 중에도 꽤 많은 육아용품을 구매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아보니 부족한 것투성이다. 우리는 육아라는 실전에 투입된 초보자로서, 먼저 현장을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두 번은 과소비가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육아용품은 아주 요긴하게 잘 쓰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효자역할을 가장 톡톡히 하는 녀석은 바로 '쪽쪽이'다.
생후 60일을 지나가는 아이는 요즘 이유 없는 투정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쪽쪽이는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세상이 떠나가라 울던 아이가 쪽쪽이를 입에 물자마자 진정하고 곤히 잠들기까지 할 때면 얼마나 놀라운지.
쪽쪽이는 아이의 빨기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성인에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봤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술, 담배, 커피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듯하다.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현대인의 필수영양소 세 가지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나도 셋 중 커피는 즐겨마시긴 하지만, 조금 더 몸에 좋고 건전한 도구여도 좋겠다. 나의 경우에는 짭짤하고 고소한 소금빵을 입에 물고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다. 실은 지금도 딱 그러고 있다.
아이는 참 단순한 방식으로 마음이 달래진다. 부모의 따듯한 품 안에서 작은 고무조각을 물고 있는 순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평안이다. 이내 복잡해진 어른의 마음을 달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의존하며 마음을 달래려 한다. 화려한 영상과 빠르게 스쳐가는 정보들 사이에서 잠시 위안을 얻지만, 그것은 중독성 강한 마약처럼 순간의 만족 이후에 더 큰 허전함을 가져온다. 진정한 위로는 조용히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서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하얀 공백 위에 천천히 글자를 써 내려가는 시간,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찬찬히 정리해 보는 시간.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을 위로한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에 파묻혀 놓치고 있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오랜만에 글쓰기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함께 글을 쓰는 경험은 언제나 특별하다. 각자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이 모이면서 작은 울림을 만든다. 누군가의 솔직한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평범해 보이는 순간에서 발견한 성찰에 감탄하기도 했다.
함께 쓰는 글쓰기에는 혼자 쓸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내가 놓치고 있던 시각을 발견하게 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글은 더욱 풍성해진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애틋하기까지 하다. 일상에서는 쉽게 나누기 어려운 진솔한 이야기들이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때문일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아이에게는 쪽쪽이가, 나에게는 글쓰기가, 누군가에게는 음악감상이, 산책이, 혹은 운동이.. 그 방식이 나를 해치지 않는 진정한 위로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의 순수한 위로법을 보며, 나 역시 더 건강하고 깊이 있는 방식으로 내 마음을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자극적이고 빠른 것들로 순간을 때우기보다는, 천천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