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든 사이에

by 시은

아이가 내 품에서 잠든 시간, 나의 손가락과 눈이 바삐 움직인다. 이른바 '핫딜'로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육아용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오픈채팅방의 육아동지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가 자는 동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부지런한 엄마가 될 작정이었다.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 육아휴직 중에 공무원 합격을 했다더라, 살을 쭉 빼고 바디프로필을 찍었다더라.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원할 때 낮잠을 자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얌전히 자주지도 않는다. 잠깐이라도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엄마가 없으면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것이 아이다.

그렇다고 해서 약 4개월의 시간 동안 무언가 이루지 못한 나의 현실에 절망하고 있지는 않다. 인생 처음으로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오롯이 보내보는 시간. 내 손으로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직접 기르는 경험. 그 경험들이 내가 그동안 이력서에 써왔던 어떤 이력보다도 더 자랑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벅차오르는 감정과 별개로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라도 내 일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아이에게 투자하고 싶은 마음과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 두 마음 사이에서 나는 매일 갈등하고 있다. 아직 복직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그전에 이 고민의 끝을 내야 한다.

당장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대단한 시험에 합격하거나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멋진 몸을 만들지는 못해도, 모바일 어플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고 매주 화요일이면 육아를 하는 엄마들과 함께 러닝도 한다.

아이를 낳은 후 내 삶의 우선순위가 단번에 바뀌어버린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꾸준한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보는 일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살아온 삶에 비해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 착한 일도 하지 않고, 마음껏 울며 살아온 아이에게 산타가 실수로 선물을 줬을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내가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적어놓은 말이 있다.

'더 높은 곳을 찾게 하소서.'

아이와 함께하는 우리 가족의 여정이 조금 더디더라도 결국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할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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