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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08. 2018

[도쿄 미술관]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Leandro Erlich: Seeing and Believing 

 여행을 떠난 이들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자연을 찾던가, 도심을 찾던가. 그중 뉴욕과 도쿄, 홍콩 등을 찾는 방문객들은 아름다운 야경 같은 도심 속 판타지를 느끼고자 그곳을 선택했으리라. 

 도쿄의 가장 중심지라 불리는 롯폰기 힐즈의 가장 높은 층인 52-53층에 위치하고 있는 모리 아트 뮤지엄은 별이 지지 않는 도시를 찾아온 이들에게 아름다운 야경과 예술로 환상을 선사한다. '현대성'과 '국제성'을 이념으로 현대 예술의 다양한 동향을 소개하는 모리미술관은 대형 기획전을 포함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이 곳은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밤 10시까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도심의 문화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입장권 하나로 롯폰기 힐즈 전망대의 '도쿄 시티뷰' 역시 체험할 수 있으니, 바쁜 낮을 보내고서 낭만적인 밤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롯폰기 힐즈와 지하철 역을 잇는 공간 사이에는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미마망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롯폰기 힐즈는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미마망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날 감상한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미마망은 최종 목적지인 뉴욕에서의 기획전시를 통해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이 좋은 점은 멋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아닐까.


롯폰기 힐즈로 들어서면 이렇게 건물이 늘어서있다. 

 모리미술관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롯폰기 힐즈 건물로 들어서야 한다. 2003년 전면 재개발된 롯폰기 힐즈는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았으며, 많은 샵과 레스토랑이 들어서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관, 호텔 등 다양한 시설을 가지고 있으므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톡톡히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안에 들어서면 다소 복잡할 수 있으나 안내판을 보고 따라가다 보면 모리미술관으로 향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낮에는 롯폰기 힐즈와 그 주변의 화려한 샵과 레스토랑을 즐기고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현대미술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춘 이 곳은 동아시아 최대의 현대미술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는 어쩐지 이 곳에 들어서며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를 떠올리곤 했는데, 만약 코엑스가 세로로 높은 빌딩형 공간이었다면 멋진 미술관을 기대해도 되지 않았을까. 

 

모리미술관으로 향하는 에스칼레이터. 밑에서 바라보면 모리미술관을 상징하는 알파벳 'M'모양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모리미술관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르헨티나 출신 설치예술가 Leandro Erich의 최대 개인전인  <Seeing and Believing>이 진행된다. 작가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서 보이는 것과 믿는 것의 괴리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단지 관객을 속이거나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 -결국 현실은 예술처럼 '가짜'라는 것-을 일깨워주려"는 메시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미술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작가의 의도와 함께, 사회 비판적인 작품 역시 관람할 수 있다. 그의 작업들은 건축물들을 이용하여 우리가 믿고 있던 공간 지각에 대한 관념을 뒤흔들고 의심하고 놀라도록 연출한다.



Port of Reflections, 2014 作The cloud 시리즈, 2016 作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Leandro Erich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Port of Reflections, Fiberglass, metal frame, movement system, wood and acrylic panel Dimensions variable, 2014>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두운 공간 안에 둥실둥실 떠 있는 몇 개의 보트들은 마치 물 위를 천천히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흔들리는 배의 모습과 물 위에 반사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따라서 흔들리는 배의 모습이나 수면에 배가 비치는 듯 한 연출은 사실 조각의 일부일 뿐이며, 물 위에 떠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관객들의 상상에 불과한 것. 도입부부터 우리가 '믿는 것'과 '보는 것'을 재치 있게 구성함으로써 전시는 흥미롭게 시작된다. 더구나 이 작품은 이번 모리미술관에서만 선보이는 프리미엄 작품으로서,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설치한 작업과는 다른 방식의 설치를 선보인다.


Port of Reflections, 2014 作The cloud 시리즈, 2016 作

 

고층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모리미술관의 바닥은 삐걱거리는 나무소리가 작품의 연장선으로 느껴질 만큼 사이사이의 바닥이 매우 인상적이다. 어두운 전시 공간 사이를 메우는 삐걱 거리는 나무 소리를 들으며 다음 작품을 감상한다. 이 <cloud> 시리즈는 각 나라의 지도상의 면적을 우측처럼 실크스크린 인쇄를 겹쳐 구름처럼 연출한다. 마치 구름이 아크릴 박스에 갇힌 듯 한 연출이 재미있다. 






Is there more than one reality?


Subway, 2009 作


 이처럼 전시는 작가는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실제 보이는 것과 허상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믿는 것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믿음은 작은 트릭 하나만으로 쉽게 무너지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이렇듯 멀티미디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공간과 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관객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둔다.


The Classroom

<The classroom> 역시 체험형 작품으로서, 실제와 허구 사이에 위치한 유리창에 반사되는 관객의 모습은 이렇게 상상의 공간에서 흔적을 남겨 마치 유령처럼 자리하게 된다. 다소 오싹한 이 체험형 전시는 오랜 폐교에 앉아있는 유령의 모습처럼 잔상을 남긴다.

Lost Garden, 2009 作

 그의 작품들에서는 거울, 창문 등이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의례 투명하다고 믿는 유리와 사물을 그대로 반사한다고 믿는 거울의 속성을 서로 바꾸어 혼란을 준다. 따라서 관람객들이 바라보는 유리는 거울이 되고, 거울은 유리가 되어 잠시간 우리의 믿음에 착란을 준다. 이 매개체에 비추는 대상이 뜻밖의 인물인 '나'이거나 아무도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소소한 충격을 만들어내고 과연 정말로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한다. 그것은 곧 원리에 대한 궁금증, 더 나아가 작가의 연출 의도를 추측하게 한다.

Hair Salon, 2008/2017 作

그래서인지 작가는 미용실, 쇼룸, 엘리베이터 등 일상에서 거울을 많이 접하는 공간을 이용한다. 단순히 유리를 거울로 바꾸거나 거울이 위치할 공간을 비우는 방식을 통해 관람객이 위치한 공간은 무한히 확장되기도 하고 바라던 자신의 모습 대신에 지나가는 타인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작품 관람 중에 마주하는 타인의 모습과 작품 <Neighbors>은 관음이라는 포인트로 연결된다. 우리는 종종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눈으로 보길 원하고, 이 욕망은 때때로 관음적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흘깃흘깃 보게 되는 창문 너머의 이웃의 모습이나 거울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 곳 너머로 지나다니는 관객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것 역시 이러한 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Building> 시리즈의 실제 구현 장면과 모형.

 이 흥미로운 전시의 대표작이라 하면 바로 <Building> 일 것이다. 실제로 전시의 포스터에 이용되기도 한 이 작품은 역시나 거울을 통해 바닥에 위치한 공간이 바로 세운 것처럼 연출되어 그야말로 '트릭아트'가 된다. 폐관 시간이 다 되어서도 작품을 체험하는 이들이 가득했다. 전시의 목적 그대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었으리라. 


 

현재 모리미술관에서는 이 외에도 많은 기획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겠다는 듯, MAM Collections, MAM Project, MAM Screen 등 다양한 기획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관람할 수 있었겠지만, 왜 나는 늘 시간 조절이 어려울까. 하지만 다음이 있지 않은가! 더 새로운 현대 미술을 기대하며 오늘의 방문을 마무리한다.  



도쿄 모리 아트 뮤지엄 (MORI ART MUSEUM)


개관 시간

월·수∼일요일10:00∼22:00(입장 마감 21:30)

화요일10:00∼17:00(입장 마감 16:30)


※전람회 기간 중에는 무휴, 전시 교체 기간은 휴관합니다.

※오실 때는 최신 정보를 확인해 주십시오. 최신 정보


뮤지엄 숍
53F 모리 미술관 뮤지엄 숍 
52F 도쿄 시티 뷰 기념품 매장
3F 롯폰기 힐즈 아트&디자인 스토어
3F 롯폰기 힐즈 A/D 갤러리





Leandro Erlich: Seeing and Believing


전시기간 

2017.11.18 [Sat] - 2018.4.1 [Sun]  Open everyday

특별행사 

https://www.mori.art.museum/en/exhibitions/LeandroErlich2017/08/index.html

전시 홍보 영상

https://youtu.be/xM2xRzEer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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