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 오모테산도의 미술관, 와타리움 뮤지움
이번 여행은 다분히 즉흥적이었다. 2017년 12월 말, 나는 첫 직장과의 계약이 끝나갈 때쯤 급하게 뉴욕을 가는 티켓을 예매했고 남아있는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은 도쿄를 경유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찾은 비행기표는 10시간 이상 도쿄에서 경유를 해야만 했다. 내게 비행시간은 문제 되지 않았지만, 스탑오버는 너무나 큰 매력이지 않은가. 남는 것은 시간뿐이니 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머무를지는 생각지 않고 무조건 질렀다. 그 덕에 예정에 없던 도쿄 에 5일을 머무르게 됐고, 즉흥적인 여행이니 만큼 이번 여행에서는 큰 스케줄이나 반드시 가야 할 곳을 정하는 것보다 그간 메말라있던 미술관 투어 욕망을 채우기로 한다. 그래서 도쿄 여행서보다는 갤러리나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을 선택하여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수많은 책을 빌려 탐독한 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도쿄에는 어마 무시하게 미술관이 많다는 것! 사실 그리 거창한 깨달음은 아니었다. 학부시절 교수님들께서 우스갯소리로 한국 미술계의 10년 후를 보려거든 도쿄를 보라고 했으니 말이다. -졸업할 쯔음, 교수님들은 '5년'으로 정정하 시기도 했다.- 그만큼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오던 예술의 도시가 바로 도쿄다.
그중. 여행의 시작에 방문한 와타리움 미술관이 있었다. 와타리움 미술관은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매우 독특한 형식의 미술관이다. 1990년 3월에 개관하여 국제 예술계에서 일본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설립된 이 미술관은 값비싼 도쿄 땅, 그것도 오모테산도에 위치하고 있다. 과연 '세계적 무대에서의 일본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설립목적답게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미술관의 건물은 구조가 매우 특이하다. 높고 좁게 설계된 미술관 건물은 지하부터 5층까지 모두 하나의 계단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전시공간과 아트샵, 카페가 구분되어 두 가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독특한 건물 내부의 설계 덕에 나는 제주에 위치한 아라리오 뮤지엄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화이트 큐브 그 자체의 느낌보다 투박한 건물 자제의 느낌을 살리고 공간의 구석까지 활용한 점이 그랬다. 생각해보면 전시의 방향도 비슷한 듯싶지만 말이다. 물론 다른 점 역시 확연하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모텔이나 영화관 등 버려진 건물을 개조하였다는 점이 큰 특색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분명 있지만, 층계의 경계를 허물어 답답한 느낌을 해소한 와타리움 만의 좁고 긴 건물의 형식은 과연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와타리움 미술관에 들어서 전시가 시작되는 카운터를 지나 카페테리어 및 아트샵으로 이어지는 공간 이전에 이렇게 사진을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마치 CD들을 정렬하듯 모아두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얼핏 살펴보니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부터 나는 생전 처음 본 유명한 팝가수의 생전 모습까지 아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의 사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이 미술관보다는 엽서 가게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도 했지만, 전시를 관람하며 이 첫인상에 대한 선입견은 차차 사라졌다. 이 미술관의 전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2편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할 테지만,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재미있는 전시의 구성은 다양한 미술관을 제치고도 가장 좋은 미술관으로 기억 남는다.
다양한 아트상품과 디자인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을 지나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어 공간이 등장한다. 나는 특히 이 공간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은 도쿄 땅 위에서 한적한 커피 한잔이 달콤해서도 있지만, 오모테산도, 하라주쿠에서의 커피 가격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했던 커피 가격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도쿄에서 구경하는 캔버스 안의 세계 전국의 전경 때문이 아닐까.
카페 공간은 레드와 화이트를 포인트로 하여 각기 다르지만 독특한 모양으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혼자 여행하던 나는 홀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와타리움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과 판매하는 아트상품들을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다. 대략 살펴보니 와타리움 미술관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랜 시간 관광과 작품 감상을 하느라 지친 심신이 편안한 카페테리어에서나마 쉴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카페테리아에서 한층 더 내려가 보자. 가장 낮은 창의 이 공간은 위의 사진처럼 서점처럼 책이 가득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카페테리어 공간에서 아래층의 공간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매우 특이했는데, 지하 공간을 높게 뚫어 답답함을 해소하고 아트 오브제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이다. 층의 구별이 무의미하게 공간을 가로질러 구성된 이 곳은 작품을 더욱 작품답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홈페이지를 참고하니 위의 이미지(와타리움 미술관의 아트샵 전경)의 좌측 벽면은 기획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아트샵에서 판매하는 소품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아트 상품 사이에 자리하여 많은 관광객 및 방문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물로 나 또한 가격을 들여다봤으니. 작품의 가격들은 매우 다양했는데, 특별한 경험을 위해 전시공간에 방문한 여행객들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할 그림들임은 분명했다.
오모테산도에 들리는 관광객 혹은 나처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전시공간을 찾고 있는다면, 반드시 한번 들려보기를 권한다. 분명한 것은 딱딱한 글보다는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 는 흥미를 자극할 것이라는 것. 그만큼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진에는 소리와 시간이 담기지 않는다. 이 미술관에 방문했을 당시, 이 곳을 가득 메우던 마이크 켈리의 사운드 아트와 일본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은 이 곳을 자꾸 되새기게 하는 관람 포인트였다. 나처럼 미술을 위해 도쿄를 방문하는 이라면 나보다 이 곳을 더 알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을 한번 더 추천하고 싶다.
운영시간 : 11:00 am~7:00pm
매주 수요일은 9 시까 지 연장
위치 : 〒150-0001 도쿄도 시부야 구 진구 마에 3-7-6
tel : 03-3402-3001 fax : 03-3405-7714
e-mail : official@watarium.co.jp
입장료 : 일반 1000 엔 학생 800 엔 회원 무료 (25 세 이하)
할인 : 성인 2 명 1,600 엔 / 학생 2 명 1,200 엔 /
초 · 중학생 500 엔 / 70 세 이상 700 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