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악동 마이크 켈리(Mike Kelly)
와타리움 미술관에서는 한창 미국의 실험적인 작가 마이크 켈리(Mike Kelley)의 전시 <DAY IN DONE>이 진행중에 있었다. 앞서 와타리움 미술관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전반적인 미술관에 대한 인상을 설명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마이크 켈리에 대해 더욱 심층적으로 다루고 이 전시 공간에서 그의 작품이 어떻게 빛났는지에 대해 관찰하고자 한다.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수식어로는 그를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선입견 혹은 지식으로 그의 작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한 충격은 가히 신선할 것이다.
충격의 시작은 이러하다. 그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는 따뜻한 조각, 혹은 부드러운 조각가로서의 마이크 켈리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인형을 모아 폭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뺏고 다소 '기괴한' 형상으로 재구성한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인식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충격을 줘왔다. 이처럼 심리적인 억압과 인조적인 감정 등에 대해 반기를 가졌던 마이크 켈리는 학교, 교회, 가족 등 미국 사회가 집착하던 단체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그러니 '부드러운 조각가'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는 마이크 켈리의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과 시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2011년 런던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Exploded Fortress of Solitude>를 끝으로 2012년 마이크 켈리는 타계하였고, 도쿄의 와타리움 미술관에서 선보인 이번 전시는 그가 학교의 가치에 대해 도전하고 실험했던 <DAY IS DONE>의 재구성이다.
2005년 뉴욕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진행됐던 마이크 캘리의 개인전 <DAY IS DONE>은 흔히 '교과 외 활동'이라 표현되는(우리나라에서는 C/A 시간 같은 개념인듯하다.) 학교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작업들을 선보인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그는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한 교과 외 활동 사진들을 새로 재해석한 영상이나 뮤지컬 작품들을 32개의 개별 비디오 챕터로 구성했다. 대중가요나 메스미디어 등을 불신하던 그는 왠지 불쾌한 느낌을 자아내는 음악과 연출로서 축제, 종교의식 등을 포함하여 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여러 이벤트를 풍자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왠지 조약 하지만 섬뜩한 인물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이벤트로 알려진 '핼러윈'과 연관된 뱀파이어나 유령의 이미지를 보다 악몽에 가깝게 묘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학교 혹은 교회 등에서 주입하는 이미지가 많은 이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서 강요되는 폭력적인 공리주의 혹은 이데올로기를 유쾌한 방법으로 꼬집는다. 폭력에 노출된 많은 이들과 전통 혹은 관습에 의해 그것을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 속에 숨겨진 폭력과 트라우마를 마이크 켈리는 집요하게 잡아낸다.
그래서인지 와타리움 미술관에서는 마이크 켈리의 작업의 사회적 의의를 되새김질하며 그와 앤디워홀을 비교하기도 했다.
" If Andy Warhol who made a brilliant debut as the standard-bearer of pop art a generation earlier were to be the star on the bright side, Mike Kelley should be the emperor of the dark side."
이번 전시 서문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면 많은 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속성을 파고든 앤디워홀과 그것을 비판하며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 마이크 캘리는 분명 반대의 행보를 걸은 듯싶다. 그러나 이들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임이 분명하고 덕분에 지난 미국의 시간들을 '역사'로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만큼은 공통점이 아닐까. 그리하여 흐르는 시간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먼 땅인 도쿄에서도 마이크 켈리를 기억하며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와타리움 미술관에서는 단지 이 둘의 비교로서 전시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대중예술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비판의 정신을 생략하지 않았다.
Movies, popular songs, and storied are real on the emotional level.
이전의 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와타리움 미술관에서의 <DAY IS DONE> 전시는 다소 자극적인 이미지들을 사용했던 마이크 켈리의 작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즉, '금기'를 적극적으로 전시하여 이를 금기로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를 반문하고 보편적으로 자리한 개념에 도전한다. 특히 특별한 운동을 위해 만들어지는 포스터들처럼 높은 시야에 자리한 작업들은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성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여러 이미지들의 폭력성, 또는 그 자체로의 풍자를 드러낸 작품들의 나열만으로도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세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여러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가의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악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짓궂은 악동은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어떤 의도도 없이 가만히 상황을 관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귀를 자극하는 영상의 음악은 불안한 세계로 흠뻑 뛰어들게 한다.
이 사회에서 폭력은 무엇인가. 마이크 켈리가 타계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의 질문에 대답한 숱한 이들이 있다. 감성의 색을 담았다는 평을 듣는 마이크 켈리는 이에 대해 조금 더 진심으로 다가간다. 그래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으노라면, 그의 사회에 대한 분노 또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느껴진다. 알려지지 않는 진실, 혹은 누구도 파헤치려 하지 않는 진실과 가치에는 가려진 암시와 그에 기생하는 폭력이 분명 존재한다.
"When unnatrual news arrives form around the world, you may sense the truth being deeply veled in society, and a hint of everything being mainpulated with invisible strings."
이번 전시의 서문에서 와타리움 미술관의 기획자는 이를 완전히 관통한다. 많은 이들이 찾아내지 않기에 가려지고 있는 폭력과 그렇기에 군데군데 숨어있는 폭력의 흔적은 감추려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대가 마주하는 불쾌한 감정의 이유를 알아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마이크 켈리가 그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리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숱한 수식어가 그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듯이 그에 대해 떠오른 모든 생각이 정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즉, 그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것이 그의 작품관에 답하는 방법일 것이다.
ps.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작업을 관람하면 다소 무서울 수도 있다. 사실 현대미술은, 아니 예술은 그 깊이가 깊어지는 순간 인간의 숨겨진 두려움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사운드는 정말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다른 미술관을 들린 데다가 꽤 많은 거리를 걸은 터라 쉬어가려 의자에 앉았을대 조는 관람객을 보았을 때는 경악했을 정도였다. 아직도 머릿속에 작가가 작곡한 노래의 음울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선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던, 그러나 왜인지 기억에 남는 마이크 켈리의 작품을 첨부한다. 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은 트라우마는 겪지 않길 바란다.
마이크 켈리(Mike Kalley)_1954.10.27 - 2012.01.31
마이크 켈리(MIKE KELLEY) <DAY IS DONE>
전시기간 2018.01.18 - 03.31
협력 마이크 켈리 재단
주체 WATARI-UM, The Watari Museum of Contemporary Art /
Bruno Taut Exhibition Committe /
MIKE KELLEY Exhibition Committee
My interest in popular gorm wasn't to glorify them beacuse I really dislike popular culthure in most of the cases. All you can do now really is say, work with this dominant culture,
I think, and flay it.
You know, rip it apart, reconfigure it.
-Mike Ke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