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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7. 2018

[도쿄 미술관] 네즈미술관(NEZU MUSEUM)

네즈미술관 : 일본 정원의 일기

 


 도쿄는 많은 미술품이 있는 곳이다. 인상파 작가들이 우키노에에 영향을 받은 이유로 일본인들의 인상파에 대한 사랑은 이미 자자하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부터, 매번 기획전시로서 새로운 충격을 주는 모리미술관, 그리고 동아시아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도쿄도미술관 등 아주 다양한 작품 소장을 하고 있는 일본 중에서도 도쿄는 더욱 눈에 띄는 장소이다. 그중 통일신라 시대의 금동여래입상을 소장하고 있는 네즈미술관은 미술관으로 향하는 입구에 길게 늘어선 일본만의 정원 산책길이 매우 인상적인 장소다.






네즈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산책로. 일본의 정원을 가장 현대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한 네즈 미술관의 이 대나무 숲은 미술관의 심볼이자 로고에서도 쓰이고 있다.


 이곳이 바로 대나무 숲으로 불리는 미술관의 입구이다. 네즈미술관의 매표소, 즉 전시장 입구로 향하려면 위와 같은 산책길을 따라가야 한다. 다소 인공적이나 정적인 수직의 미를 자랑하는 좌측의 통로와 빛을 받아 대나무 본래의 모습으로 연출한 우측의 공간은 같은 대나무로써 연출되었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다. 명상과 사색이 필요한 정원으로 가는 길조차 여운을 주는 면이 미술관의 목적을 관통하는 듯싶다.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네즈미술관의 첫인상을 강렬히 심어주는 인트로(intro)로서 톡톡한 역할을 하는 이 곳은 전시의 시작과 끝에 많은 이들의 기억에 시원한 대나무 향을 남기곤 한다. 오히려 더하지 않고 비어내 초록으로 가득한 공간은 되려 커다란 부피감으로 존재한다. 도심 속 산책의 공간이랄까. 



 

그리하여 입장했다. 입장권은 위의 파란색 티켓으로서, 네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귀엽다! 보자마자 센스 있는 네즈미술관의 디자인적인 자극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후에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아트샵에서는 고삐를 풀고 쇼핑을 하듯 엽서와 아트상품을 샀다. 이렇게 표와 소장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전시장에 대한 간략한 팸플릿을 들고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나선다. 여행자답게 묵직한 가방은 모두 캐비닛에 밀어 넣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둘러본다. 




 이 미술관의 설립자인 네즈 카이치로가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기 위해 1941년에 개관한 네즈미술관의 컬렉션들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다양한 국가들의 귀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 내부에는 설립자 네즈 카이치로의 취향에 따라 수집한 작품들의 역사적 의의를 나열하거나 전시하는 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미적인 면에 취중하고 있어 사립 미술관만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아름다움을 전시하는 공간이 미술관이니 미적인 면에 취중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멋진 정원과 작품 하나하나 특별히 쏘고 있는 조명이라던지 전시장 내부의 미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의 주장에 끄덕임을 보낼 만큼 아름다웠다.


 

 네즈 카이치로의 작품 컬렉션은 총 7400여 개로서, 그중 일부가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오후 4시 30분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이유로는 당연 미술관이 일본의 정원과 함께 조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넓은 자연 채광으로 전시장을 밝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게 연출된 전시장은 시원한 느낌을 주며 정제된 전시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거나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장 내부. 이 사진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취재를 위해 쓴다는 약속후에 특별히 촬영하였다.

 현재 네즈미술관에서는 개의 해를 맞이하여 그들이 소장한 작품 중 개가 등장하는 작업들을 따로 모은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보급 소장품이라던지 소장 상태가 좋은 유적들을 신기하게도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신선한 재미는 도쿄도미술관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했던 점인데, 특히 후자의 경우는 과거 일하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이나 진열장 없이 공기 중에 오래된 유적을 공개하는 것은 강한 믿음에 의한 전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이전 일하며 CCTV로 작품을 만지려던, 심지어 만지고 뭉개던 관객들을 나는 얼마나 만났던가. 이들의 전시 방식은 관객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충분한 인력이 투자되어 더욱 생생한 예술을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 있었다. 게다가 개인이 국보급의 작업을 매우 다량 지니고 있다는 것에 나는 감명을 받았는데, 간송 전형필이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전형필은 나라에 큰 위기가 있을 때 한국의 한 맥이라 볼 수 있는 미술품이 세계로 세어나가지 않기 위해 큰 노력을 한 인물이니, 어쩌면 약탈의 중심이었을지도 모를 일본의 미술관에서 공통점을 찾기에는 조금 억지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같은 이유로 도쿄에서의 고미술이나 유적을 중심으로 한 작품 감상은 약간의 찝찝함을 안겨주었다. 이들의 선진적인 전시 구성력이나 작품 보관 상태는 역설적이게도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괴로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전히 떠받들며 칭송하는 문화의 중심지들은 과거 침략의 시작 아니었던가. 혹자는 유물의 보관을 위해 이들의 선전된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예술이란, 문화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조금 더 늦더라도 우리만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 어떨까. 괜한 아쉬움에 씁쓸한 마음을 접고 네즈의 정원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네즈미술관은 재미있게도 가장 땅값이 비싼 오모테산도의 명품거리를 지나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미술관으로 향하면서 그와 대비되게도 매우 아름다운 상품들로 가득한 화려한 쇼윈도를 지나다 보면 그곳이야 말로 새로운 갤러리가 아닌가 하는 사념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이 지루할 틈이 없어 다행이었다. 물론 이 같은 이유가 앞서 사용한 '재미있음'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주 속물적인 이야기 다 만 이 비싼 땅 위에 널찍한 정원을 만들어 여유와 쉼을 주는 공간 자체가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전시장 밖으로 나가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빌딩의 숲인 도쿄가 아닌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교토에 와있는 듯 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정원의 미술관, 네즈 뮤지엄에서는 앞선 사념들은 일단 내려두고 천천히 도시로부터 멀어진다.



배우 장광을 닮은 작품... 


이 산책로는 이렇듯 설립자가 수집한 작품을 자연과 함께 구성함으로써 전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일본이면 의레 기대하는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자연에 의지한 전시공간이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는 점과 겨울이라 많은 볼거리를 놓쳤다는 점이 아닐까. 산책로 내부에 연못에는 낙엽과 잎이 다 져버린 식물들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이 담긴 이 곳은 매우 아름답기에 끌린다. 잎이 다 져버린 겨울이 갖고 있는 특유의 계절감은 그 매력을 한층 더한다. 네즈 카이치로가 미술관을 설립했을 당시, 혹은 그 이전에 머무른 듯 한 전경은 이 곳이 도심임을 잊게 하고 그 도심 속에서 한껏 정원을 즐긴 이들에게 환상과 만족감을 충분히 심어준다.



 

 

이 곳은 미술관 그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역시 유명하다. 자리가 있었다면 나 또한 이 곳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만 싶었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남은 일정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네즈미술관의 정적인 산책로. 때로는 일본의 사찰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잠시나마 나는 이 곳에서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었고, 그 목적과 시간과 배반되게 아픈 발과 다리는 어쩔 수 없었지만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이 곳 내부의 전시장은 작품 보존을 위해 촬영이 불가능하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이 녹아있는 작품들과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옛사람들의 흔적은 이들의 고유한 감성을 이해하며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도쿄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고 뉴욕을 거쳐 한국인 지금, 가장 도쿄다운 미술관을 뽑으라면 나는 이 곳을 뽑을 테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클래식한 대답으로서 말이다. 시간이 없는 바쁜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이 곳 도쿄에서 일본에 대한 깊은 기대와 이들이 지니고 있는 선진 예술 보존 능력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아트숍을 경험한다면 다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네즈미술관(NEZU MUSEUM)

6 Chome-5-1 Minamiaoyama, Minato, Tokyo 107-0062 일본

상세보기



운영시간

오전 10 시부 터 오후 5 시까 지 (입구는 오후 4시 30 분에 마감). 

시간은 갤러리, 뮤지엄 샵, NEZUCAFÉ 및 정원에 적용됩니다.


휴무

매주 월요일, 전시 기간 중, 연말연시 휴무. 

그러나 국경일이 월요일이 되면 박물관은 그 월요일에 개장하고 다음 화요일에 문을 닫습니다.


입장료

특별 전시회 일반 입학

어른 : 1300 엔 (1100 엔).

학생 [고교생 이상] : 1000 엔 (800 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http://www.nezu-muse.or.j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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