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면, 어쩌면 가질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2
출근하는 길에 바람이 불었다.
부는 바람에 물든 잎들이 벚꽃잎처럼 시야에 맴돌았다. 붉어서 어여뻤고, 노래서 고왔고, 갈색이라 멋졌으며 그 사이 초록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그것들이 떨어져 바닥을 수놓았다.
내일은 비가 올 예정이라,
아무리 부지런한 경비원도
속절없이 떨어진 것들이 바닥으로 스미는 것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어 잃어만 가던 가지 위는
이튿날이면 남는 것 없이 비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겨울이 온다 했다.
그날 불어오는 바람은 아무것도 떨어트리지 못한다.
겨울바람에 나부끼는 것은
그저 움켜쥔 외투 자락뿐이다.
그러니 겨울바람은 모든 계절의 것 중
가장 시답지 않다.
가을바람보다도, 봄바람보다도 매서운 것이 아니다.
나는 온통 겨울이라, 버려질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의 생이 움켜쥔
곱게 물든 잎 하나,
피어난 지 얼마 안 된 꽃잎 하나가 있다.
바람이 분다.
나는 모두 잃기 직전의 메마른 가지다.
비가 오기도 전에 바닥은 흠뻑 젖었다.
3
올해 도전했던 모든 글은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했다.
아주 애틋했으나,
그렇게 쓰인 단 하나의 문장도 남지 못했다.
남겨지지 못하고 하찮게 버려졌다.
그래서 알게 됐다.
쓰레기 수거차도 가져가지 않은 나의 것이
풍화되어 사라질 때까지
영영 나의 생계가 될 수 없을 것임을.
그리하여
나는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이 몸에 붙은 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름 아닌 그 자체를 써야만 한다는 것을.
때론 길 위에서, 때론 남들이 떠난 자리에서
생의 의미를 희미하게 하는 일을 하며
그렇게 나를 빌어먹여야 한다는 걸.
올 한 해는 알려주었다.
총총히 빛나는 밤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아무것도 아닌 글을 쓰는
아무것도 아닌 나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