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0월의 기록

by 이덕준

1


지난 주말 동안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정말로 지나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2


미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남을 싫어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비롯된 마음이 너의 행동이라고 하여도, 결국에 그 싫음을 품을 것은 나이기에, 나는 너 이전에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너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만한 애정이 나에겐 없다. 너를 증오하지도 않는다. 그만한 가치를 너에게 두지 않았으므로. 나는 너를 싫어한다. 그러나 그러기엔 조금 무관심해졌다랄까. 굳이 숱한 단어들 속에서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을 대변할 어떤 것을 찾자면, 그저 그래 그저 나는 네가 불편하다.


처음엔 눈에 거슬렸지.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지. 모두에게 아프고 슬펐던 일이 생겼다. 그때, 분명 가장 아팠을 거라 생각했다. 미운 마음을 비집고 어떤 안타까움이, 어떤 동정의 마음이 생겼었다.

그래, 가장 아팠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가장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때 나의 미움은 혹시나 하는 동정과 함께 증발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그저 굳이 말을 섞지 않을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때로는 우리가 서로 섞어야 할 업무의 대화가 있기야 하겠지만.



미움은 끈적하다. 눈에 띄고 결국엔 손에 쥐고 있는 것이라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때론 눈물이 나고 서러운 것이라지만


생각해 보니, 나는 너를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냥,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마치 X처럼. 싫어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아닌 것으로.



3


느지막하게 가을을 즐기고 나서,

오늘은 삭막한 겨울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가을이다. 아직 가을이라서, 아직 남아서

나는 오늘 가을을 살 수 있다.


우주는 물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렇게 대단했는데

왜 자살을 했을까요?


그러게.


그녀는 왜. 그랬을까?




4



이제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가끔은 일터로 돌아가는 마음이

마치 주머니에 자갈을 넣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정말로 돌아가야 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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